[팩트체크] “선진국은 담합행위 허용”…해운협회 주장 살펴봤다

핀포인트뉴스 | 기사입력 2021/08/27 [22:18]

[팩트체크] “선진국은 담합행위 허용”…해운협회 주장 살펴봤다

핀포인트뉴스 | 입력 : 2021/08/27 [22:18]
  • 입력 2021-08-18 10:45:03
  • 권현진 기자

 

 

▲ 중국 옌톈에서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HMM)  © 핀포인트뉴스


[핀포인트뉴스 권현진 기자] 해운업계의 담합행위에 대해 해운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부 선사들의 ‘부당 공동행위’를 문제로 지적하며 과징금을 부과한다 밝혔으나, 해운협회는 정기선사 간 담합행위가 합법이라 주장하며 공정위의 제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공정위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동남아시아 항로에 취항하는 HMM, 고려해운 등 국적 선사 12개사와 외국 선사 11개사가 부당 공동행위를 했다”며 해운업체에 대해 운임담합을 통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해운협회는 이에 대해 “주요 국가들은 정기선사 간 운임 공동행위를 인정한다”면서 “해운법 개정으로 공동행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국회도 해운협회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사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직접 제재할 수 없으며 해양수산부에 조치를 요청하는 것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해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국가들은 정기선사 간 운임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핀포인트뉴스가 주요 국가들의 해운법과 최근의 정책 등을 살펴보며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 주요 국가 등 선진국, 담합행위 허용…‘대체로 거짓’

해운협회는 지난 6월 24일 “정기 컨테이너선업계의 특성상 전 세계 정시운항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선 많은 선박이 투입돼야 하며,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기에 역사적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이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협회의 주장대로 정말 각 국가들은 컨테이너선업계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언급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미국

지난 4일 해운협회가 발표한 ‘주요 국가의 정기선 해운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 현황’에 따르면 미국은 1916년부터 해운법에 따라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를 받고 있다. 그 내용은 운임, 공동운항, 장비 공동이용 등이다.

실제 미국은 1916년 최초의 해운 규제법인 ‘해운법’을 제정해 일정한 조건 하에 해운 동맹을 독점금지법의 적용으로부터 제외시켰다.

그 후 1984년 2차 개정된 해운법 역시 해운동맹이 여전히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이중운임제를 금지하고 동맹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S/C(대량하주우대계약), IA(독자행사권) 등을 규정해 해운동맹체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미국 1998년 외항해운개혁법 (OSRA)이 정기선해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해운법 개정안은 각 이해집단의 로비로 반전을 거듭했으나 상원에서 수정 없이 통과돼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상원이 채택한 최종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개별 동맹선사가 화주와 직접 우대운송계약(S/C :Serveice Contract)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 (제3조 (19), 제8조 (c)항, 기타의 관계조항)

2. 운항선사 및 해운동맹이 무선박운송인(NVOCC)과 직접 우대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 (제3조 (19), 제8조 (c)항, 기타의 관계조항)

3. 우대운송계약의 일부 주요 조건의 비공개를 허용 (제8조)

4. 운임률(tariff)의 공표는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신고하는 대신 인터넷 웹사이트를 이용 (제8조)

5. 연방해사위원회(FMC)는 현재의 형태로 존속시키는 것

즉, 연방해사위원회에 신고한 공동행위는 허용됐으나, 개별 선사가 비밀리에 화주와 따로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선사들로서는 담합을 해 얻을 실익이 사실상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혁협회(KITA) 역시 공식 홈페이지의 수출입 물류 매뉴얼 중 ‘무역운송의 형태’에서 “1984년 6월에 미국의 신해운법(shipping act 1984)이 발효되는 것을 계기로 동맹의 기능은 뚜렷이 약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FMC의 발표에 따르면 1998년 외항해운개혁법 발효 당시 35개에 달했던 동맹협정이 2001년 6월에는 17개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지난 2015년 미국이 OECD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FMC에 접수된 공동행위는 0건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FMC는 아시아발 미 서부와 동부해안 컨테이너 노선에서의 운임이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태평양 노선을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담합의 증거가 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컨테이너 해운 시장이 반독점·반경쟁적 경향이 강화되면서 운임에 대한 광범위한 위법행위가 존재한다”며 FMC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시장 지배력 억제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업계에서는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FMC가 법무부와 함께 해운업체들에 대한 운임 담합 등 경쟁 저해 행위를 조사해 처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미국은 해운법 상 컨테이너선업계들의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를 허용하고 있으나 공동행위로 얻을 수 있는 실익 등을 사실상 무효화시켜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해운협회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명한다.

유럽

최영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이 발표한 '국제해운의 해운동맹 폐지 및 담합행위 제한 강화' 따르면 EU경쟁법(경쟁법에 관한 EC조약, 일명 로마조약) 제 81조~82조는 무역과 자유경쟁에 방해되는 사업자 간의 모든 협정과 관행을 금지하고 있다.

EU는 2008년 10월 18일부터 해운동맹의 공동가격설정과 선복량 조절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불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개별 기업 글로벌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영국에서는 형사 고발 조치도 가능하다.

실제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 2011년 5월 초 13개 컨테이너선사의 유럽 사무소를 기습 감사하고 조사하기도 했다.

즉,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 조항이 폐지된 것을 확인해 해운협회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한다.

일본

일본에서는 1947년 독점금지법(사적독점의 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 : 1947년 4월14일 법률 제54호) 하에 경쟁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일본의 외항정기선해운은 일본해상운송법(1949년 6월1일 제정 법률 제187호)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 일본의 정기선사 공동행위 규제법제 추진행위 (사진=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국제적 규제 동향과 대응방안 연구)  © 핀포인트뉴스


그동안 수차례의 개정을 거친 후 2006년 3월 3일 최종 개정된 일본해상운송법 제28조는 선사 간 협정, 계약 또는 공동행위에 대해 독점금지법 적용제외를 존속시킬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단, 선사 간 공동행위를 독점금지법 적용으로부터 면제시켜 주는 대신 화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협정의 신고와 운임률표의 공시 의무화, 불공정거래방법의 사용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해상운송법 제 30조에서는 선사의 금지행위를 규정해 놓고 있다. 이에 화물량의 다소를 이유로 운송계약 체결 시 화주를 불공정하고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대우하거나 공시된 움임률표상의 운임이나 요금보다 높거나 낮은 운임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또한 동조항은 선사가 화물 또는 여객운송과 관련해 특정화주나 항만 또는 외국의 경쟁자와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인 운임, 요금을 설정하거나 또는 기타의 부당한 운임과 요금을 설정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결합, 협정 또는 합의 등의 공동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밖에 제30조는 선사가 운임환급(deferred rebate)을 통해 화주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을 막고 있다.

즉, 화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수의 운임 관련 조치들이 있으나 최종 개정된 일본해상운송법 제 28조는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일본이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해운협회의 주장은 ‘사실’로 판명한다.

중국

중국은 독점금지법 자체를 2008년 8월 1일부터 처음 시행하고 있으나, 선사 간 협정 등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허용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단, 정기선사가 제공하는 운임 등에 대해서는 등록제도를 실시해 운임덤핑 등 선사 간 과당 경쟁을 방지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또 국제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고 선사와 화주간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공고하고 있다.

 

 

▲ 중국교통부의 정기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사진=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국제적 규제 동향과 대응방안 연구)  © 핀포인트뉴스


이에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공동행위에 대한 일부 규제가 존재하지만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해운협회의 주장은 '사실'로 판명한다.

참고자료

1. 한국해운협회 자료
2.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3. 해운동맹의 폐지가 정기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The Impact of Abolition of the Shipping Conference on the Liner Shipping Market)
4. 미국 1998년 외항해운개혁법 (OSRA)이 정기선해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An Empirical Study on the Impact on Liner Shipping by the U. S. Ocean Shipping Reform Act of 1998)
5. 선화주 균형발전을 위한 해운법 및 독점규제법의 개정방향에 관한 연구
6.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국제적 규제 동향과 대응방안 연구
7. 국제해운의 해운동맹 폐지 및 담합행위 제한 강화
8. 이 외 관련자료 다수

 

권현진 기자 hyunjin@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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