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코로나 백신은 예방 효과 불가능, 백신 안에 미생물 살아"....전문가들 "엉터리 주장"

동아사이언스 | 기사입력 2022/01/04 [11:43]

[팩트체크]"코로나 백신은 예방 효과 불가능, 백신 안에 미생물 살아"....전문가들 "엉터리 주장"

동아사이언스 | 입력 : 2022/01/04 [11:43]

2021.12.25 07:00

 

▲ 국내 몇몇 전문가가 코로나19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 혈중 항체가 생기더라도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없다거나, 코로나19 백신 안에 미생물이 들어 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들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데다, 주장에 대한 근거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바이오엔텍, 얀센(존슨앤존슨), 스푸트니크 브이(V) 백신 바이알 모형.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동아사이언스


최근 일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은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 혈중 항체가 생기더라도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없다거나, 코로나19 백신 안에 미생물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유명 학교 명예교수나 전문의가 이같은 주장을 한 탓에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주장을 내놓은 이들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데다, 주장에 대한 근거도 과학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주고 가짜뉴스로 쓸데없는 공포를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호흡기 질환이라 효과 없다? 혈류 통한 면역반응이 호흡기까지 영향

 

 

▲ 이탈리아 연구팀이 공개한 주사형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내는 원리. 네이처 점막면역학 제공  © 동아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이왕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대한면역학회장을 지낸 이 교수는 여러 언론 인터뷰나 강연, 세미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감염 예방 효과가 전혀 없으며 위중증 감소 효과 정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은 혈류를 통해 감염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상기도 상피세포의 점막에서 공기를 통해 직접 감염된다"며 "점막세포의 점액에는 항체가 없기 때문에 세포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기감염이므로 항체가 존재해도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경증환자가 중증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에만 다소 경감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가 항체와 직접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교수의 주장은 여러 인터뷰 기사뿐 아니라 블로그, SNS, 심지어 기사 댓글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확산됐다.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전 대한면역학회 회장을 했던 감염병, 면역학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굳게 신뢰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전세계 정부와 제약사들이 감기와 비슷한 코로나19를 부풀려 억지로 백신을 맞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호흡기 점막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백신이 이를 막아내는 항체(IgA) 자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 면역반응을 못 일으켰다고 해서 감염 예방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으로 비유하자면 1차 방어선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성 자체가 함락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부학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듣기에는 그럴싸한 얘기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며 "호흡기 상피세포 아래에는 피하지방과 모세혈관이 있는데 이 모세혈관까지 혈류가 돌면서 산소도 공급하고 적혈구나 백혈구 같은 면역세포가 면역반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주사 형태로 맞으면 백신이 점막에서 IgA를 만들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백신 효과는 혈액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결국은 호흡기 점막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백신의 자세한 원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점막면역학'에 발표됐다. 이탈리아 피렌체대 실험임상의학과와 피렌체카레기대학병원 병리학과, 이비인후과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관여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백신을 주사로 맞으면 백신 정보에 따라 수지상세포가 바이러스의 항원을 알게 되고 이것을 다른 여러 면역세포들에게 알린다. 이중에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도 있고, 이를 돕는 도움T세포도 있고,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킬러T세포 등도 있다. 수지상세포로부터 학습된 면역세포들은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통로인 호흡기 점막 하 혈류에도 도달한다. 여기서 면역세포들은 대기하고 있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침입시 감염을 막아낼 수 있는 항체(IgM, IgG)를 만들어 즉각 반응한다. 

 

유 교수는 "만약 1차 관문에서 바이러스를 전부 막아내지 못했더라도 결국은 다음 관문인 혈류에서 백신 효과로 생긴 면역세포들이 감염을 막아낸다"며 "(호흡기 점막 혈류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특히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경우에는 더욱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임상에서 환자들을 보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감염을 피해가거나 백신 효과로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등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비강에서 분무하는 형태의 코로나19 백신 작용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이 경우에는 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위한 항체(IgA)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비강 분무형 백신은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대신 면역세포가 한곳에 상주하고 있는 국소적인 면역이 일어난다"며 "반면 주사형 백신은 면역세포들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후속적으로 다른 면역세포들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외 제약사 중에서는 점막에서부터 바이러스 침입을 막겠다는 의도로 비강 분무형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곳이 여럿 있다. 미국 셀바시온이 지난달 임상 3상을 완료한 '코빅실V'가 분무형이며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V도 분무형으로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진원생명과학이 코로나19 DNA 백신을 분무형으로도 개발해 임상 1상을 진행중이다. 씨케이엑소젠은 엑소좀을 활용한 분무형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비강 분무형 백신을 단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보다는 주사형 백신과 함께 사용해 효과를 증폭시키려는 목적이다. 유 교수는 "분무형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의 첫 관문부터 일찍 원천봉쇄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호흡기 점막에 수비대를 만드는 일만으로는 감염을 예방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혈류에서 (대기하고 있던) 면역세포들이 급히 와서 대응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인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주사형 백신을 사용해 왔고 효과를 봤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이나 홍역 백신, 백일해 백신, 폐렴구균 백신, 풍진 백신 등이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한다. 특히 홍역 백신은 집단 내 92% 이상 맞았을 경우 더 이상 생기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다. 

 

 ○ 백신 안에 갈고리 촌충? "배양을 더럽게 한 탓"

 

 

▲ 지난 13일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영미 씨가 코로나19 백신에서 관찰했다는 미생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과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배양이 잘못된 탓이며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비메오 영상 캡처 제공  © 동아사이언스

 

백신 미생물 발견 논란은 지난 13일 코로나진실규명 의사회 등 67개 단체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백신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31년 경력의 산부인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이영미 씨가 백신 배양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병원에 있는 특수입체현미경으로 백신 1종 6개 앰플 시료를 관찰했더니 모든 시료에서 1cc 당 미생물이 300만~400만 마리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세포배양전문가'라며 "정상적인 백신이라면 그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어야 하는데 배양 첫째 날과 둘째 날, 셋째 날 모두 생명체가 있었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디스크처럼 생긴 표면에 섬모가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다른 건 딱정벌레 같이 발이 아주 많고 살아 움직였다"며 "또 다른 건 머리와 꼬리 쪽에 털이 난 이상한 모양으로 끝에 튜브처럼 긴 촉수가 달려 있어 흡사 갈고리 촌충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15일 기생충 전문가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은 매우 엄격한 무균상태에서 제조되고, 화이자 같은 경우 영하 50도에서 보관, 운반된다. 백신 제조 과정에서 미생물이 섞여들어갔다 해도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서 교수는 “특히 기생충은 영하의 온도에서 금방 죽으며, 배양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대충 배양해서 기생충이 자라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백신 배양액에서 뭔가가 자랐다면, 그건 그 의사호소인이 배양을 더럽게 한 탓에 미생물이 섞여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또 "도저히 의학교육을 받은 분 같지가 않다. 특수입체현미경이란 말은 현미경과 더불어 30년간 살아온 저도 처음 듣는 단어”라며 “참고로 기생충과 세균은 그냥 현미경으로 봐도 잘 보이며, 그분이 언급한 갈고리촌충은 크기 1센티 가량이라 눈으로 그냥 봐도 보인다”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17일 '코로나19 백신 안에 미생물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왜곡된 여론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대국민 불신을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 위원회는 위법 또는 비윤리적 의료 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회원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의사는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 등 비과학적인 정보가 공유됐을 때 이를 바로잡고 의학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또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회원은 의사로서의 소명의식과 의료윤리에 따라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협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잘못된 의학정보를 제공했다"며 "이는 의사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전체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이 씨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zzung@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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