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배달앱 요청사항에 '○번 지지해 주세요' 적으면 선거법 위반?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2/02/23 [18:29]

[팩트체크] 배달앱 요청사항에 '○번 지지해 주세요' 적으면 선거법 위반?

연합뉴스 | 입력 : 2022/02/23 [18:29]

송고시간2022-02-16 15:39

장하나 기자

 

인터넷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일반 유권자라면 위법 아냐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시작된 가운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남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영수증 사진이 화제가 됐다.

▲ 배달 앱 주문 요청 사항에 특정 후보 지지 글 남긴 영수증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영수증 사진을 보면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주문 요청 사항에 "소상공인을 위해 노력하는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로 투표하고 같이 행복해집시다",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기호 1번 이재명 후보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글을 남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참신한 아이디어", "나도 해봐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업주가 상대편 지지한다고 하면 별점 1개 줄 거면서 이게 갑질 아니고 뭐냐" 등의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댓글에서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배달 앱에 이 같은 내용을 적어 주문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 막 오른 공식 선거운동…대선후보들, 거리유세 시작[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이나 미성년자 등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일 경우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 운동이 평상시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배달 앱 이용시 배달 요청사항 등에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남긴 행위는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선거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행법상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니더라도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단체는 언제든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미니홈페이지 등을 포함한 인터넷 홈페이지와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여기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공직선거법에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지방선거시 영주 자격 취득일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은 가능), 미성년자(18세 미만),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 제외), 각급 선관위 위원, 예비군 중대장급 이상의 간부 등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를 말한다.

▲ 트위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올바른 2022 대선 정보 제공[트위터코리아 제공]  © 연합뉴스

 

이전에는 선거일 6개월 이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 형사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11년 12월 29일 트위터를 비롯한 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6(한정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 운동의 폭이 넓어졌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고 이용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선거 운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또 "긴 기간(선거일 전 180일)에 정당의 정보 제공과 홍보는 계속되지만, 국민의 지지나 반대 등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해 정당 정치나 책임 정치 구현이라는 대의 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달 앱 주문시 특정 후보 지지 글 남긴 영수증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이에 따라 2012년 2월 29일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 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의 게시나 전자우편·문자메시지 전송에 의한 사전 선거 운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2017년 2월 8일에는 선거일에도 문자나 인터넷·전자우편 등의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또다시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처럼 선거 운동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도 허위 사실이나 비방에 해당하는 내용을 게시하거나 전송하는 행위 등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선관위가 작년 12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을 기준으로 발간한 사례 예시집에 따르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컴퓨터통신망의 공개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 등은 할 수 없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는 허위 내용을 처음 작성한 주체는 아니더라도 이를 트위터에 리트윗한 행위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도 있다.

대전고법은 2013년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일부 글은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윗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리트윗은 글과 정보의 전파 가능성을 무한하게 확장시킬 가능성을 내포하는 행위이므로 글의 최초 작성 주체가 피고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 글을 리트윗하는 것은 그 글을 읽을 수 있고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 정치인 팬카페나 동창회가 그 명의 또는 대표자 명의로 SNS 등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후보자를 지지·호소하는 글을 게시하는 행위, 후보자와 정당의 인터넷 광고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선거 운동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광고하는 행위 등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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