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06 13:26
한전·한수원·가스公 등 총력 대응…원전·火電·LNG기지 "이상무"
원전, 석탄화력발전소는 출력 제한해 정상 가동 중
발전소 밀집 지역으로 발전소 전 직원 비상대기 중
▲ 6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화헬기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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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전지성 기자] 국내 원전 밀집지역 경북 산불과 우크라이나 원전 피격으로 원전시설 안전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런 관련 문제가 숱하게 제기됐으나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이번 산불과 피격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원전 위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일 방재당국 및 업계,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북지역 원전과 우크라이나 피격 원전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파악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국내에선 긴박한 상황에서 당국과 업계가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이상무’가 확인된 것이다. 대체로 "천만 다행으로 가슴을 쓰러 내렸다"는 반응이었다.
◇ 원전업계, 대선 앞두고 원전 안전 문제 제기될까 촉각…"선동 말고 과학으로 말해야"
하지만 그간 탈핵을 주장해온 단체와 인사들이 이번 산불과 피격을 계기로 원전 안전성에 또다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어서 원전업계는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심판론이 커지는 가운데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고 대선 후보들의 원전정책도 뚜렷하게 갈려 있어서 원전 안전성, 탈원전·친원전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의 경우 한번 사고 났을 때 그 피해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지진 등 웬만한 외부충격에도 안전하다며 그간의 원전 공포 조성은 괴담 전파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안심할 수 없다며 치명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는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는 원전사고는 드물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끝장이라는 선동에 속아왔다"며 "세계 3대 원전사고인 TMI-2호기(1979년), 체르노빌-4호기(1986년), 후쿠시마(2011년) 사고를 경험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일본이 모두 끝장나지 않았다. 오히려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전문가들이 원전을 안전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원자로가 두꺼운 격납용기 건물로 보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진 등에 따른 원전 사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지진 그 자체에 따른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람들이 쓰나미에 대응을 잘못해 나타난 재앙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원전 안전에 대해 이제 이념 또는 정치나 괴담에 근거한 선동이 아니라 과학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이미 2014년 원전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 시행 중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지진·해일, 전력·냉각계통, 중대사고 등 50개 항목에서 장단기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규모 6.5 이상 강진→원전 부지 높이를 넘는 12m 이상의 해일→전력공급 차단→대형 원전사고 발생 등 4가지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절반 정도가 2030년 내 설계수명 30년이 도달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설계수명은 원전이 국내에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원전을 설계할 때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말한다. 오래된 원전은 ‘면역이 약해진 노인’에 비유될 수 있다고 한다. 면역체계도, 저항력도 약해진 탓에 작은 변수만으로도 치명적인 화를 입을 수 있어서 관리가 잘못되면 사고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원전·화력발전소·LNG기지·송전선로 "이상무"…한전·한수원·가스공사 총력 대응
울진·삼척 산불에도 다행히 인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LNG(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 송전선로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다행히 원전, 가스 저장소, 송전선로 보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업계는 이번 산불에 맞서 전력 등 에너지 설비 안전과 전력수급에 총력 대응했다.
한전은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강원본부에는 적색 비상을, 본사와 경북본부에는 청색 비상을 각각 발령하고 본사에 재해재난 비상상황실을 설치했다. 화재 지역의 전력공급설비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거나 송전선로 등에 문제가 발생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대거 현장으로 출동해 현장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전 측은 "이번 산불로 인한 전력공급 문제는 아직 특별히 발생하지 않았으나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면 피해 점검반을 소집해 영향을 입은 전력 설비의 손상 여부를 점검하고 최대한 신속히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남부발전 삼척화력발전본부 관계자는 전날 "다행히 발전소 앞에 강이 있고 완충지대가 있어서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전소는 내부까지 불길이 옮겨질 위험이 적지만 송전선로 화재 위험이 있어 현재 발전소 가동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본사에서 CEO(최고경영자) 주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있고 삼척발전본부에도 본부와 협력사 직원들이 비상대기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으로 번져 원덕읍 호산리 LNG 생산기지 주변에 소방대원과 진화차 등이 배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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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한울 원자력발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도 본사와 울진본부 모두 비상대기했다. 정재훈 사장도 본사 상황실에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 챙기고 있다고 한수원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까지 원전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는 "한울원자력본부 인근 산불과 관련하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출력감소 운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울6호기는 송전선로의 외란으로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울원자력본부 5기의 원전은 원자로 정지 등 설비손상 없이 안전한 상태이며, 인명피해나 방사능 누출은 없다"며 "원전 주변 산불은 초기 진화됐으며, 향후 산불의 상황을 주시하며 송전계통의 안전이 확보되면 출력을 회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도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부터 즉시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본사에 비상 상황실을 설치해 위기상황 발생에 대비했으며, 삼척기지는 전 직원이 비상근무 중인 상황이다.
가스공사 자체 소방서도 가동했다. 삼척기지 내부에 1, 2, 3차 방어선을 설치해 대비하고 있으며 소장당국은 기지 외부에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다.
소방헬기를 투입해 기지주변에 집중적으로 소화작업을 진행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가 삼척LNG기지까지 미치지 않도록 위기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기지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