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버려야 한다?

뉴스톱 | 기사입력 2022/03/20 [10:13]

[팩트체크] 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버려야 한다?

뉴스톱 | 입력 : 2022/03/20 [10:13]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2.03.04 11:02

 

 

싹·초록색 부분 깊이 도려내고 먹으면 괜찮아

마트에서 감자를 사왔다. 조리를 하려고 물로 씻었더니 조그맣게 싹이 난 부분이 보였다. 필러를 이용해 껍질을 벗기고 칼로 싹이 난 부분을 싹 도려내고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밥 다 먹고 인터넷 뉴스를 보는 데 뜨끔한 기사가 보였다. 싹이 난 감자는 조리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상하다. 감자에 싹이 난 부분은 도려내고 요리하라고 배운 30여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이후의 내 지식 체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버려야 할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 마트에서 감자를 사왔다. 조리를 하려고 물로 씻었더니 조그맣게 싹이 난 부분이 보였다. 필러를 이용해 껍질을 벗기고 칼로 싹이 난 부분을 싹 도려내고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밥 다 먹고 인터넷 뉴스를 보는 데 뜨끔한 기사가 보였다. 싹이 난 감자는 조리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상하다. 감자에 싹이 난 부분은 도려내고 요리하라고 배운 30여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이후의 내 지식 체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버려야 할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헬스조선 “싹 난 감자는 섭취불가 독성물질”


헬스조선은 2일 “감자, 싹만 도려내면 괜찮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기사에서 “감자에 조금이라도 녹색으로 변한 부위가 있거나 싹이 보인다면, 먹지 않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싹이 난 감자는 더는 식재료가 아니라 '솔라닌'이라는 독이 든 섭취 불가 독성물질"이라는 표현도 보인다.

해당 기사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헬스조선 자체 홈페이지에 노출되는 기사에는 <참고자료=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달의 식재료'>라는 표시가 돼 있다.

▲ 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이달의 식재료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농업과학원, "도려내고 사용"


일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발간하는 이달의 식재료를 검색했다. 6월의 식재료에 감자가 소개된다. ‘기타정보’ 항목에 감자의 독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감자에는 글리코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합물이 들어있는데, 이 가운데 솔라닌과 차코닌이 주를 이룸.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빛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감자에 싹이 올라 있으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됨”이라고 강조한다.
“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먹지 않아야 한다”고 보도한 헬스조선 기사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 ◈농업과학원, "도려내고 사용"일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발간하는 이달의 식재료를 검색했다. 6월의 식재료에 감자가 소개된다. ‘기타정보’ 항목에 감자의 독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감자에는 글리코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합물이 들어있는데, 이 가운데 솔라닌과 차코닌이 주를 이룸.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빛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감자에 싹이 올라 있으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됨”이라고 강조한다.“조금이라도 싹이 난 감자는 먹지 않아야 한다”고 보도한 헬스조선 기사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식약처, "도려내야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정보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2005년 게시된 “싹이 난 감자를 먹어도 되나요?”라는 자료가 검색된다. 이 자료에는 “감자의 싹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소가 있어서 잘못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하지만, 감자의 싹을 도려내고 먹으면 안전하다. 다만, 싹을 도려낼 때 눈 부분이 남지 않도록 말끔히 도려내야만 한다”고 나와있다.
이어 “감자를 햇볕에 오래 노출시키거나 오래 보관하면 표면이 초록색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도 솔라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긴다. 흔히들 감자 싹은 주의하지만 초록색으로 변한 곳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주의해야만 한다. 따라서, 감자 표면의 초록색 부분 역시 깨끗이 도려내고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스조선, "취재해서 쓴 기사다"

뉴스톱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헬스조선 기자에게 해당 기사의 근거를 물었다. 헬스조선 기자는 “강원도 농업기술연구원 감자연구소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 농업기술연구원 관계자가 취재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싹이 난 감자, 녹색으로 변한 감자는 먹으면 안 된다’, ‘굳이 먹어야겠다면 깊게 도려내고 먹으면 되겠지만 먹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기사 작성 배경에 대해서는 “보다 안전한 식재료 섭취를 위해 기사는 원칙을 고려,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농진청 ‘이달의 식재료’와 관련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뉴스톱은 강원도 농업기술연구원 감자연구소에 확인을 요청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연구소는 강원도청 소속의 연구기관이고 고유 신품종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어 감자 독성과 관련된 연구는 진행한 것이 없다”며 “관련 내용은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다만 헬스조선은 뉴스톱 질의 이후인 3일 오후 3시쯤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의 코멘트를 인용해 기사를 수정했다. 뉴스톱의 질의엔 "강원도 농업기술연구원 감자연구소 관계자를 취재했다"고 밝혔지만 수정된 기사엔 국립식량과학원 관계자를 인용했다. 

헬스조선 기사에 인용된 식량과학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싹이 나거나 녹색으로 변한 감자는 먹으면 안 된다. 굳이 먹어야겠다면 싹 부분과 녹색 부위를 완전히 도려내고 먹는 건 가능하나, 완전한 제거는 쉽지 않기에 감자에 싹이 나거나 녹색으로 색이 변했다면 먹지 않는게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뉴스톱 보도 이후 헬스조선 해당 기자는 "뉴스톱 질의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기관명을 혼동해 잘못 전달했다. 취재한 기관은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가 맞다"라고 알려왔다.(편집자 주: 2022.3.7. 헬스조선 기자 요청에 따라 해당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 출처: 국립식량과학원 보도자료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국립식량과학원, "도려내야 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의 2016년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감자, 어떻게 보관하면 오래두고 맛있게 먹을까?”라는 제목의 이 보도자료에서 과학원은 “보관 중 감자가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녹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솔라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겨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감자 표면이 녹색으로 변했거나 씨눈이 생겼다면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녹색으로 변한 부분과 씨눈이 생긴 부분은 도려내고 먹으라는 취지이다.

저장 도중 햇빛과 무관하게 싹이 조금 움튼 정도일 때는 싹이 난 부분만 도려내고 먹으면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과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흙을 씻어낸 감자 표면이 초록색이 아닌 고유의 갈색이고 껍질을 벗겼을 때 흰색 또는 노르스름한 감자 본연의 색깔을 띄고 있으면 싹 난 부분을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 감자에 솔라닌 함유량이 많다면 아린맛(또는 쓴맛)이 나므로 이때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글리코알칼로이드는 감자 등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성분으로, 솔라닌과 차코닌이 대표적인 물질이다. 솔라닌은 감자의 녹색 부분 및 새싹, 손상된 부분과 껍질에 많이 함유돼 있다. 솔라닌 중독 증상으로는 설사, 구토, 복통, 현기증, 졸음, 두통, 발한, 언어장애 등이 보고돼 있다. 때문에 솔라닌이 많이 함유된 감자의 싹 부분과 녹색 부분을 제거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 출처: 독일연방위험성평가연구소 홈페이지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미국 "제거하면 안전", 독일 "충분히 제거해야"

감자의 솔라닌에 관한 해외 보건 당국의 입장을 찾아봤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발간하는 메드라인플러스는 감자로 인한 식중독에 대해 "감자의 새싹 또는 녹색 부분을 먹었을 경우 발생한다"고 밝힌다. 껍질을 벗겼을 때 녹색인 감자는 먹지말고 싹은 항상 버리라고 강조한다. 녹색이 아니고 새싹을 제거한 감자는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도 비슷하다. 독일연방 위험평가 연구소(BfR)는 "감자에서 녹색 부분과 소위 '눈'을 아낌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오래되거나 말라버렸거나 초록색 또는 싹이 크게 돋아난 감자와 감자 껍질로 만든 스낵 등 껍질 부분은 섭취에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감자 요리에서 쓴 맛이 나면 먹지 말고, 어린이들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식품기준청은 "싹이 나기 시작한 감자는 먹을 수 있지만 싹은 도려내야 한다. 녹색 또는 썩은 부분은 조리하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고 밝힌다. 

감자를 많이 먹는 해외 각국에서도 "조금이라도 싹이 나면 버려야 한다"거나 "싹 난 감자는 섭취불가의 독성물질"이라거나 하는 무시무시한 권고는 찾아볼 수 없다.

헬스조선은 "감자에 조금이라도 싹이 났다면 먹지말고 버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뉴스톱은 이 보도에 대해 다양한 근거자료로 검증한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감자에 싹이 조금 올라온 상태라면 해당 부분을 도려내고 먹어도 무방하다.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도 제거하고 먹으면 된다. 그러나 싹이 길게 올라오고, 껍질부터 속까지 초록색으로 변하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싹이 난 감자를 모두 섭취불가의 독성물질이라고 일컫는 것은 '오버'다. 이게 이번 팩트체크의 결론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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