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울증약 복용하면 취업에 불이익?

뉴스포스트 | 기사입력 2022/03/20 [13:14]

[팩트체크] 우울증약 복용하면 취업에 불이익?

뉴스포스트 | 입력 : 2022/03/20 [13:14]
  • 최고은 인턴기자 
  •  
  •  입력 2022.03.18 09:32

 

[뉴스포스트=최고은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울증약을 복용하면 취업에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울증약 복용은 정말 취업에 불이익을 줄까.

▲ 사진=픽사베이)출처 : 뉴스포스트(http://www.newspost.kr)  © 뉴스포스트


결론부터 말하면, 항우울제 복용은 취업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적으로 기업에서 지원자의 병력을 인지할 방법은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등으로 채용 시 기업이 지원자에게 항우울제 복용 여부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를 제공하는 의료계에서도 우울증 병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일관된 답변이다. 특수 직종의 경우에도 단순 항우울제 복용은 채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 의견을 살펴보니

15일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본지에 보낸 답변서에서 기업은 채용목적으로 의료기관이나 보험공단에 취업대상자의 항우울제 처방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고지하지 않는 한 법률상 기업 측에서 이를 인지할 방법은 없다”며 “소셜미디어 검색 등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는 있지만, 때에 따라 이러한 신원조사는 사생활 침해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홍성수 교수도 본지에 “우울증약 복용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식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채용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병력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홍진표 교수는 본지에 “일반 기업체 취업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건강진단서에는 진단 항목에 정신질환에 대하여 표기하게 되어 있으나 정신질환 진단평가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별다른 검사 없이 관행적으로 정상이라고 표기하고 있다”며 “취업자들이 자신의 병력을 적극적으로 노출하지 아니하면 우울증 관련 정보를 기업체에서는 얻을 수 없으므로 취업 시에 불이익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박지은 교수는 본지에 보낸 연구자료를 통해 “기관 대 기관 제삼자 정보제공은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건강정보는 범죄 피의자의 진료기록을 확인하는 형사소송법상 요청에도 사례별 심의를 거쳐 제공된다”며 하물며 채용, 임용, 승진, 대학진학 등의 이유로 공단에서 특수상병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수 직종 살펴보니

특수 직종은 어떨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나래 이사가 본지에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사람의 안전을 다루는 특수 직종의 경우(의사, 약사 등), 심한 정신장애를 앓을 때 면허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홍 이사는 특수 직종 면허가 박탈되려면 단순한 항우울증제 복용이 아닌 “직무를 할 수 없을 만큼의 심한 정신장애가 있다는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방공무원의 경우는 어떨까. ‘2021 소방공무원 자격요건 검증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에 따르면, 근거 법령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경력 사항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을 뿐 우울증 관련 병력은 별도로 수집하고 있지 않다. 

▲ (자료='2021 소방공무원 자격요건 검증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출처 : 뉴스포스트(http://www.newspost.kr)  ©뉴스포스트


경찰공무원의 경우에도 단순 항우울제 복용은 채용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관한 규칙 제24조에 따르면, 신체검사 합격자는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표와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에 따라 정해진다. ‘경찰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채용 Q&A 모음집’을 통해, “정신질환의 불합격 판정 기준은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있는 정신지체/성격 및 행동장애/정신병”이며 채용 신체검사에서 담당 전문의가 정신질환의 정도, 업무수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합격 여부를 최종 판정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 제4조에 따르면,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있는 정신 계통의 질병 혹은 마약중독과 그 밖의 약물 만성 중독의 경우에만 공무원 채용 시 정신 계통의 문제로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항우울제 복용만으로 경찰공무원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는 없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홍보이사인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성형모 교수는 16일 본지에 보낸 답변서에서 “항우울제의 경우 대부분의 불안장애, 스트레스성 장애, 적응장애 등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동반하는 모든 경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비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많이 처방되고 있다”며 “말초신경장애로 인한 통증이나 다발성 통증 등의 신체질환에서도 항우울제는 많이 처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자신도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이 있기에 항우울제 복용을 이유로 취업할 수 없는 특수 직군은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홍진표 교수도 본지에 “보건복지부의 자격증 중의 일부인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자격 취득 시, 건강검진을 하면서 마약류 중독을 감별을 위해서 소변을 통하여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스크리닝을 한다”며 “항우울제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어서 검사 항목이 아니지만, 벤조다이아제핀계 약제를 병용하고 있다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서 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현행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등으로 채용 시 기업이 지원자에게 항우울제 복용 여부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별법 이전에 헌법적 권리로 보호된다. 

따라서 기업이 따로 지원자의 우울증약 복용 사실을 조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합리적 이유 없이 기업 등에서 우울증약 복용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청할 때 법의 일반원칙과 정당화 사유를 근거로 개인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건강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및 제23조 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조문에 따라 제삼자는 범죄 수사 등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허용하는 예외 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한 타인의 의료정보를 받을 수 없다.

의료법 제21조 2항은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과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 역시 진료기록 등 다른 사람의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도 제102조 등 조항을 통해, 공단이나 심사평가원 및 대행 청구 단체에 종사하였던 사람 또는 종사하는 사람이 제삼자에게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21조에 따라 건강검진 결과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69조 권익 보호 조항은 누구든지 정신질환자이거나 정신질환자였다는 이유로 그 사람에 대하여 교육, 고용, 시설 이용의 기회를 제한 또는 박탈하거나 그 밖의 불공평한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민 정신건강 조사해보니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30대의 자살 생각 비율과 우울 점수 및 우울 위험군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 (자료=보건복지부,'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출처 : 뉴스포스트(http://www.newspost.kr)  © 뉴스포스트


그러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박지은 교수가 본지에 보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대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공공기관/사기업에서 개인의 진료 기록을 열람할 것을 우려하여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이자 대한생물정신의학회 회장인 안용민 교수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병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좋은 예후를 가질 수 있다”며 우울증 치료가 초기에 이루어질 때 생물학적으로 경과가 좋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병의 만성화를 막고 학업 및 업무 능력 저하 등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했다. 

그는 “우울증은 계속되는 병이 아니다. 처음 병이 발병하였다면 보통 6개월에서 1년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며 전문적 소견을 밝혔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백종우 교수는 본지에 “우울증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우울증으로 인한 의욕 집중력 저하 부정적 사고 불면 등의 증상은 기업에서 개인의 수행 능력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선진국의 기업들은 EAP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울증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홍진표 교수도 본지에 “과거 정신질환으로 의료보험 치료를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통념들은 근거가 없으므로 취업을 위해서 우울증 치료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며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 받아 정신건강을 회복하여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전혀 사실 아님. 항우울제 복용해도 취업에 불이익이 따르지 않는다.

[참고 자료]
보건복지부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분기별 결과 발표 보도자료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개인정보 보호법  
국민건강증진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관한 규칙
소방공무원 자격요건 검증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경찰공무원 채용 Q&A 모음집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 인터뷰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홍성수 교수 인터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나래 이사 인터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홍진표 교수 인터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백종우 교수 인터뷰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안용민 교수 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박지은 교수 인터뷰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홍보이사 성형모 교수 인터뷰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