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애더럴 복용 후기 가짜뉴스 확산, 유의할 점은?

이코리아 | 기사입력 2022/06/17 [19:39]

[팩트체크] 애더럴 복용 후기 가짜뉴스 확산, 유의할 점은?

이코리아 | 입력 : 2022/06/17 [19:39]
  • 임해원 기자 
  •  
  •  입력 2022.05.20 18:38

 

▲ 최근 '미국 대학생들이 복용한다는 약 실제 후기'라는 제목으로 애더럴 등 각성제의 효과를 홍보하는 글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구글 화면 갈무리출처 :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 뉴스톱


[이코리아]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국 대학생들이 복용한다는 약 실제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글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슈퍼맨 각성제’(원제: Take your pills)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고 있는데, 출연자들은 ‘애더럴’(Adderall)이라는 각성제에 대해 “글씨도 더 깨끗하게 써지고 정말 좋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부작용이라면 모든 일을 끝내주게 해낸다는 것” 등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이 글은 “기억력 3배, 집중력 5배 증가”, “두뇌 각성제 끝판왕” 등 글을 올린 사람이 덧붙인 말과 함께 마무리된다. 마치 제약회사에서 내놓은 광고같은 글에 대부분의 누리꾼은 중독 등의 부작용이 있을 거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먹어보고 싶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3~5배나 좋아진다면 효과가 정말 좋은 것”, “부작용이 있더라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등 흥미를 느끼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렇다면 애더럴이 별다른 부작용 없이 인지능력만 향상시킨다는 글쓴이의 주장은 사실일까?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이 다큐멘터리는 암페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애더럴과 메틸페니데이트가 주성분인 리탈린 등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로 사용되는 각성제가 미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복용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각성제들은 뇌 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과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촉진하거나 재흡수를 막아 ADHD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ADHD 치료제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4년 발표한 ADHD 치료제 안전사용 지침에 따르면, 신경과민, 불면증, 식욕 감퇴, 두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환각 및 공격적 행동 등의 정신과적 증상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작, 시력장애, 간 기능 이상 등 더욱 심각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애더럴은 국내법상 마약류 중 비마약성 향정약제로 분류되며 오남용을 우려해 국내에서 생산 및 유통, 구매가 금지돼있다. 다만 국내에 대체치료수단이 없고 자가치료 목적인 때에만 식약처에 취급 승인서를 제출하고 해외에서 수입이 가능하다. 실제 과거 가수 박봄씨와 홍정욱 전 의원의 딸이 애더럴을 밀반입했다가 적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슈퍼맨 각성제' 출연자가 애더럴 복용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전반부(위)에는 효능을 강조하지만, 후반부(아래)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화면 갈무리출처 :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 뉴스톱


◇ 다큐멘터리 ‘슈퍼맨 각성제’ 후반부 잘라낸 가짜뉴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이미 다큐멘터리 안에 명확하게 나와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학생들이 복용한다는 약 실제 후기’라는 글은 다큐멘터리의 내용 중 일부만 인용해 애더럴이 누구나 복용 가능한 안전한 약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실제 이 글에 인용된 다큐멘터리 ‘슈퍼맨 각성제’의 장면들은 대부분 전반부에 나오는 내용이다. ‘슈퍼맨 각성제’는 약 1시간 27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인데 전반부에는 애더럴 등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복용 경험자와 가족,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중반부에는 이러한 각성제가 처음 개발되고 미국에 널리 퍼지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후반부에는 전반부에 출연한 사람들이 밝히는 약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실제 이 글은 젊은 남성이 자기 방에서 애더럴 약병을 들어보이며 “애더럴만 있으면 해결돼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후반부에 가면 이 남성이 ADHD를 앓고 있으며 약물 치료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남성은 영화 후반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자식에게 절대 애더럴을 먹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고 있고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니까”라며 “사람들은 너무 손쉽게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아이들에게 마약같은 약을 먹인다.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다. 집중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된다”라고 말한다.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에서 선수로 활동한 에벤 브리튼은 영화 전반부에서는 “정신이 또렷해지고 몸도 가벼워졌다”며 애더럴의 효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은퇴 후 약을 끊고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그는 “선수 생활이 끝난 뒤 애더럴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마음가짐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지금은 새로운 생활을 찾게 돼서 기쁘다. 실패를 극복하지 못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 그는 지난 2015년 NFL 내부의 애더럴 남용 문제를 고발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 마사 파라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가 지난 2013년 발표한 논문 내용 중 일부. 이 논문은 애더럴 복용자와 위약 복용자 사이에 인지능력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자료=국제학술지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출처 :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 뉴스톱


◇  美 대학 논문 "ADHD 치료제 인지능력 향상 효과는 허구"

이 글의 가장 큰 문제는 ADHD 치료제를 일반인이 남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이미 널리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애더럴을 복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누리꾼들은 “부작용이 사실이더라도 시험 기간이나 중요한 시합 같은 때만 잠시 복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 “남용하지 않고 소량씩 복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실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애더럴이나 리탈린 같은 ADHD 치료제는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수험생들이 ADHD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제를 복용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에는 리탈린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 불법 사용 및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11곳과 불법 투약 의심환자 24명이 식약처에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ADHD 치료제의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허구라는 연구결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슈퍼맨 각성제’에 출연한 마사 파라 펜실베이니아대(유펜) 교수는 영화 내에서 “지난 10년간 인지능력 향상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라며 “실험을 해봤는데, 애더럴과 위약의 효과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파라 교수는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젊은 성인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애더럴과 위약을 복용시킨 뒤 레이븐 지능검사 등을 시행했는데, 애더럴과 위약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과 브라운대학 공동 연구팀이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이들은 1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애더럴과 위약을 각각 복용시킨 뒤 독해력 등의 인지능력 시험을 시행했는데, 역시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유일하게 애더럴과 위약 간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복용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실제 애더럴을 복용한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의 인지능력이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큐멘터리에서 마사 파라 교수는 자신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며 “다른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오늘 먹은 약이 인지능력을 향상시켰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큼은 달랐다”고 말했다. 칼 하트 컬럼비아대학 심리학과 교수 또한 “암페타민을 먹으면 똑똑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라며 “밤새 깨어있도록 도와주거나 지루한 작업을 더 오래 할 수 있게 해줄진 몰라도, 새로운 능력이 생기거나 인지능력이 강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