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코로나19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전문가들 “신뢰성 떨어져”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20/09/18 [23:38]

[팩트체크]코로나19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전문가들 “신뢰성 떨어져”

경향신문 | 입력 : 2020/09/18 [23:38]

입력 : 2020.09.17 17:29 수정 : 2020.09.18 08:45
박채영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술지 논문 투고시에 요구되는 동료 연구자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며 그간 밝혀진 코로나19 및 바이러스 관련 연구와도 충돌하는 면이 많아 신뢰성이 적다. 전문가들은 옌리멍 박사의 논문이 제시하는 근거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옌리멍 박사의 논문에 대해 허위정보 경계령을 내렸다.

옌리멍 전 홍콩대 박사 연구팀은 지난 14일 정보공유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Unusual Features of the SARS-CoV-2 Genome Suggesting Sophisticated Laboratory Modification Rather Than Natural Evolution and Delineation of Its Probable Synthetic Rout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올렸다. 17일 오후까지 43만명가량이 해당 논문을 다운 받아봤다.

옌리멍 박사 등 연구진은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징은 자연발생이나 인수공통이라는 설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충칭시의 제3군의과대학 연구소와 난징군구 의학연구소에서 발견된 박쥐 바이러스 ZC45나 ZXC21을 기반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3가지 증거를 제시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근거 1. 코로나19 바이러스 ZC45와 ZXC21와 염기서열 유사하다?

연구팀이 첫번째로 제시한 근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충징 3군의학대 실험실과 난징의학연구기관에서 발견된 박쥐 바이러스 ZC45와 ZXC21와 게놈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ZC45와 ZXC21의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최대 89% 일치한다고 밝혔다. 특히, 게놈의 한 부분인 E단백질은 100% 일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현재 생물학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진 RaTG13에 대해선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며 비교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RaTG13에 대해선 앞으로 또 다른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RaTG13는 박쥐에서 유래된 바이러스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6%가량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쉬웨이펑 박사팀이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공개한 논문을 보면 RaTG13에서도 옌리멍 박사 연구팀이 언급한 E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100% 일치한다. 장혜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은 “옌리멍 보고서는 RaTG13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면 다른 모든 가정이 깨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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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2. RBD(수용체결합도메인)가 인위적으로 조작됐다?

두번째로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Receptor Binding Domain·수용체결합도메인)가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기 쉽도록 사스(SARS-CoV)의 RBD와 비슷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BD가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틀이 된 것으로 주장하는 ZC45와 ZXC21의 RBD이 아니라 사스의 RBD과 더 유사하며, 고로 인위적으로 교체된 증거라는 것이다. RBD는 숙주의 세포와 결합해 감염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조생물학자 남궁석 SMLS(Secret Lab of a Mad Scientist) 대표는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종의 숙주에 결합을 하려면 RBD 변해야 하기 때문에 RBD는 가장 많이 변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RBD이 변한 것이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말했다. 이어 “천산갑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RBD에도 코로나19와 유사한 서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고 보기에는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에 비해 너무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시키기 위해 조작된 바이러스라면 RBD만 조작됐어야 하는데, ZC45와 ZXC21는 여러 부위에 있어서 골고루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근거 3.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없는 퓨린 분절 부위가 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인체에 코로나19가 침투하는 걸 도와주는 퓨린 단절 부위(Furin Cleavage site)가 RGD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이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퓨린 절단 부위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퓨린에 의해 잘릴 수 있는 아미노산 서열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도 남궁 대표는 “박쥐에서 발견된 다른 바이러스인 RmYN02 에도 같은 위치에 퓨린 단절 부위와 유사한 서열이 삽입되어 있다”며 “인공적이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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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옌리멍 교수가 몸 담았던 홍콩대학교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옌 박사의 주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핵심 요소들과 부합하지 않으며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앤드루 프레스턴 영국 배스대학교 교수는 뉴스위크에 “현재의 형태로는 이 논문에 어떤 신뢰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연발생을 주장하고 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은 앞서 지난 5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1만5000개의 유전자 배열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모두 자연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옌리멍 박사 연구팀의 논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가 됐다. 특히,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정책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옌리멍 박사의 논문을 다룬 기사를 리트윗하며 해시태그 #CCPLiedPeopleDied를 달기도 했다. CCP는 중국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을 의미한다.

이에 이날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옌리멍 박사의 논문에 대해 허위정보 경계령을 내렸다. 특히, 트위터는 옌리멍 박사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미국 폭스뉴스의 옌리멍 박사 인터뷰 영상에 허위정보 경고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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