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통시장 반경 20㎞내 대형마트 배척' 법안 나왔다?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0/10/03 [12:05]

[팩트체크] '전통시장 반경 20㎞내 대형마트 배척' 법안 나왔다?

연합뉴스 | 입력 : 2020/10/03 [12:05]

송고시간2020-09-25 11:40

임순현 기자 

 

과잉입법 논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뜯어 봤더니

반경 20km 한도내에서 '지자체 재량'으로 금지구역 설정

법안통과시 금지구역 확대 길 열리나 기존 입점 마트엔 非적용

 

 

▲ 전통시장과 대형마트(CG)[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을 금지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전통시장 반경 2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25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일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이하 보존구역)을 전통시장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기준거리인 '1㎞'를 20배로 늘린 것으로, 면적으로 따지면 보존구역이 최대 400배 증가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는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각 전통시장 주위 최대 1천256㎢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어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이런 식이라면 전국 어느 곳에도 대형마트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대형마트를 폐업시키겠다는 법안"이라거나 "20㎞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 모르고 법안을 발의한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20km 최대 적용시 전국 모든 지역서 대형마트 입점 금지

개정안대로 전통시장 주위 20㎞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보존구역을 지정하면 사실상 전국 어느 곳에도 대형마트가 새로 들어설 수 없다. 2018년 기준 국내 전통시장은 총 1천437개로, 이를 기준으로 한 보존구역 총면적을 최대치로 상정하면 180만4천872㎢에 이른다.

중복되는 면적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계산한다면 우리나라 면적(10만339㎢·남한)의 18배에 가까운 면적이 보존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에 따라 보존구역을 최대한 설정할 경우 우선 총 211개의 전통시장이 존재하는 서울만 따져도 서울시내 뿐아니라 인근 수도권 지자체까지 보존구역으로 뒤덮인다.

서울 최북단 전통시장인 도봉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까지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통시장 수가 3곳에 불과한 전남 곡성군의 경우 관내 중심에 위치한 기차마을전통시장을 기준으로 최대치로 보존구역을 설정할 경우 보존구역이 곡성군 전체 관할지역 면적(547.47㎢)보다 넓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육성과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거리를 기존 1㎞에서 20배인 20㎞로 늘리면 전국을 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며 "법안 발의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부동의' 의견을 의원실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 대형 마트 규제(CG)<<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 구역 범위는 '반경 20㎞' 범위내에서 지자체가 재량 결정

다만 거의 전 국토가 보존구역으로 지정되는 것과 같은 상황은 단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개정안은 보존구역을 정하는 기준인 전통시장과의 거리를 무조건 20㎞로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20㎞ 이내에서 자유롭게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안 '13조의 3' 조는 "각 지자체장은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에서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지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각 지자체가 관할지역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20㎞를 기준으로 보존구역을 지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관측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는 각 지자체가 1㎞ 이내에서만 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해 전통시장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아 20㎞로 늘린 것"이라며 "최대 20㎞까지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지 무조건 20㎞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 통과시 보존구역 확대 길 열리는 것은 사실…기존마트는 영향 안받아

다만 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권익 보호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현재보다 훨씬 넓은 구역을 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연합뉴스는 김 의원 측에 기준거리를 현재의 20배인 20㎞로 책정한 이유를 물었지만, "전통시장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였다는 답변 외에 구체적인 해명은 듣지 못했다.

아울러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입점한 대형마트도 보존구역 안에 있다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기우다. 법안에 개정 내용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조항을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법시행 후에 입점하려는 대형마트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법시행 후 새로 지정되는 보존구역에 입점하려는 대형마트를 제한하는 내용일 뿐 이미 입점한 대형마트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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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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