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성소수자, 이주민 입사가 쉬워진다고요?”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핵심 주장 ‘7가지’ 팩트체크

한겨레21 | 기사입력 2020/10/03 [12:24]

팩트체크 “성소수자, 이주민 입사가 쉬워진다고요?”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핵심 주장 ‘7가지’ 팩트체크

한겨레21 | 입력 : 2020/10/03 [12:24]

등록 : 2020-09-25 12:57 수정 : 2020-09-28 18:21

 

▲ 기독교 보수단체가 2020년 9월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 한겨레21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금껏 대한민국 국회에서 찬밥 신세였다. 국회 회의록시스템을 보면,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에 8차례(의원입법 7번, 정부입법 1번) 제안됐다. 그중 5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나머지 2번은 철회됐다. 철회한 한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대형 교회에서 많은 항의가 들어왔다. 공동발의한 의원들까지 큰 반대에 부딪혔다”고 언론에 토로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4번. 하지만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논의한 횟수는 놀랍게도 ‘0’. 17대 국회 때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부가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2008년 2월12일 법사위에 상정됐다. 이날 정부의 제안 설명만 있었을 뿐 의원들은 토론하지 않았다. 이후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2013년 2월19일 법사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이때는 제안 설명도 없었고, 이후 임기 만료로 사라졌다. 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29일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고, 하루 뒤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발표하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권고했다. 장혜영 법안은 9월21일 법사위에 상정됐다. 역대 네 번째 법사위 상정이다.21대 국회에선 다를까. <한겨레21>이 실시한 차별금지법 관련 법사위원 18명 전수 설문조사에 단 3명(17%)만 응답했다. 차별금지법이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21대 국회 법사위에서 차별금지법안이 다뤄진다면 최초의 논의가 된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_편집자주

 

2020년 9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완성된 법’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링’ 안에서 논의하는 시작 단계에 있다. 그런 가운데 보수 기독교계가 차별금지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자회견, 유튜브, 언론 인터뷰, 강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13년 만에 찾아온 입법 기회가 이들의 극단적인 주장 탓에 제대로 논의도 못해보고 날아가버릴 수 있다. 차별금지법안(정의당 장혜영 의원 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인권위 시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차별금지법은 결국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없는 사회로) 문화를 바꾸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차별금지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긴 호흡에서 극단의 연막을 걷어낸, 합리적인 토론이 절실하다. 보수 기독교계가 레퍼토리처럼 거듭하는 주장 7가지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해봤다. 홍성수 교수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움을 받았다.

 

1. “차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 ‘동성애는 에이즈나 항문질병과 상관관계가 깊다’ 등 사실에 근거한 비판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사전 억제하고 위축시켜 기본권 보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실이 아니다. 동성애를 에이즈나 항문질병과 연관시키는 것은 ‘사실 근거 비판’이 아니라 일종의 ‘혐오표현’이다. ‘불결한 성교 행위’ 등 중간의 매개변수를 빠뜨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법안(장혜영 안과 인권위 시안)은 혐오표현을 일반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차별금지법에서 규제 대상으로 삼는 4개 영역(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교육, 행정서비스 제공·이용)에서 혐오표현이나 괴롭힘을 통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면 제재 대상이 된다. 예를들어, 성직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교회에서 동성애자 비판 발언을 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같은 말을 학교나 고용관계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 다른 오해도 있다. 차별금지법 반대자들은 ‘정보통신과 방송서비스 공급·이용의 차별 금지’ 규정(장혜영 안 제28·29조)과 관련해 이 법이 인터넷이나 방송의 ‘내용’을 규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소수자와 약자에게 방송을 ‘공급’하지 않거나, 이들이 방송을 ‘이용’할 때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지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기독교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설교를 하는 것이 제재 대상’이라며 ‘내용’이 제재 대상이 되는 것처럼 주장한다. 입법 취지와 ‘달리 해석’될 우려가 있다면 향후 더 명확하게 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와 장혜영 의원(심 대표 오른쪽)이 6월29일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 한갸레 21

 

2.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다. 예수를 믿는 것이 유일하게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교하거나 전도하는 것도 제재될 수 있다.”

 

사실이 아니다. 교회에서의 설교나 전도는 앞서 밝힌 4개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직장 상사가 특정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회사(고용)에 다닐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학교(교육) 선생님이 말하는 신앙을 갖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학생이 생각할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차별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반대자들은 교회에서 하는 설교를 ‘재화·용역의 공급·이용’이라는 제재 영역에 포함되는 ‘문화’나 ‘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문화나 광고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시각이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 법률상 ‘문화’와 ‘광고’를 좀더 엄밀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조문을 수정·보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3. “역차별을 초래한다. 회사에 들어갈 때 성소수자나 이주민임을 밝히는 것이 유리해진다. 불합격시켰는데 이들이 문제제기하면, 사용자는 탈락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다른 응시자들은 탈락해도 이를 다툴 방법이 딱히 없다.”

 

회사가 예전보다 차별 행위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성소수자와 이주민이 그 정체성 탓에 명시적·암묵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이런 차별을 금지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이므로, 회사 쪽이 차별 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담감을 느끼고 개선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

 

탈락 사유를 탈락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입증책임의 전환)을 두고도 오해가 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과 ‘기간제법’ 등에서는 이미 차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쪽이 차별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차별과 관련 없는 ‘제조물책임법’에서도 제조업자가 자신이 만든 물건의 결함이 없음을 증명하도록하는 입증책임의 전환 개념이 도입돼 있다. 차별금지법에서만 입증책임의 전환이 특별히 새롭게 도입된 개념인 것은 아닌 셈이다. 또 입증책임 전환 개념이 차별금지법에 도입된다 해도, 피해자는 상대방에 대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장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서 여전히 자신의 차별 피해를 입증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통상의 경우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차별금지법에선 ‘차별당했다’고 주장하면 상대방이 입증해야 하는 ‘특권’을 피해자에게 줬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4. “차별 판단 잣대가 주관적이다. 성별, 성적 지향, 성정체성 등 차별 금지 대상 개념이 객관적인 신체구조에 따라 성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젠더 이데올로기에 따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런 측면이 있다. 주관적인 부분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논점은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를 병역기피와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는 문제와 비슷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려면 평화운동이나 전쟁 반대 활동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세례증명서, 그동안의 신앙 생활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 개인의 신념이나 양심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이를 객관화해 입증할 때 인정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여자대학교에선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한다. 교사나 부모의 추천서, 의사의 증명서 제출 등이 조건인데, 이러한 자료를 통해 학생의 여성 정체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6월30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 한겨레21

 

5. “3천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이 반복해서 부과되고, 손해액의 2~5배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하는 등 차별 행위에 큰 부담을 지운다.”

 

과장된 주장이다. 차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쉽게 말해 차별했다고 감옥 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형사처벌 조항이 없는 성희롱과 비슷하다.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현행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성희롱이 처음 법제화한 뒤 20년 넘게 시행되면서 ‘성희롱 금지’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았다.

 

다만 장혜영 의원 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행위에 시정권고를 내렸음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정명령도 따르지 않았을 땐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나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받은 쪽에서는 이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소송이다. 판단은 법원이 맡는다.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단이 나오려면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차별로 인한 손해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입증했더라도 과거 판례에 비춰보면 손해배상액이 높지 않다. 여기에 징벌적 요소인 2~5배를 곱해도 엄청나게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반대자쪽의 주장은 ‘과장’이다.

 

6. “현재 개별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연령차별금지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이 있으니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중복·과잉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법안들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고용, 교육, 재화·용역 이용 등에서 차별 금지)을 제외한 나머지 법들은 대부분 고용상의 차별만 금지한다. 교육이나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차별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또한 새로운 차별이 일어날 때마다 이를 금지하는 개별법을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도 포괄적인 형태로 차별을 금지한다. 그러나 이 법은 기본적으로 조직법이다. 다양하고 다층적으로 이뤄지는 차별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처와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7. “겉모습은 남성인데 성정체성은 여성이라 주장하면서 여자화장실이나 여자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다.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 없는 얘기다. 지금도 여자화장실이나 여자목욕탕에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까지하며 엄밀하게 통제하지는 않는다. 남자가 여장하고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들어가서 성범죄를 저지른다면 그건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 할 문제다.

 

다만 외국처럼 트랜스젠더를 위한 ‘성별 중립 공간(화장실·탈의실 등)’을 만드는 것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을 가기 어려운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를 두고 우리 사회가 논쟁을 벌이면 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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