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가습기 물 '수돗물 vs 정수기 물' 뭐가 더 안전할까?

KBS | 기사입력 2020/10/06 [11:55]

[팩트체크K] 가습기 물 '수돗물 vs 정수기 물' 뭐가 더 안전할까?

KBS | 입력 : 2020/10/06 [11:55]

임주현 입력 2020.09.30. 12:00

 

  © KBS

 

건조해지는 날씨, 여름 내내 창고 안에 들어가 있던 가습기를 슬슬 꺼내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는 가습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묻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에 큰 생채기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가습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가습기에 적합한 물의 종류를 놓고도 고민하는 시대가 됐는데요. 가습기에 사용하는 물이 수돗물, 정수기 물, 증류수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을 해보면 "수돗물이 좋다"는 의견과 "정수기 물이 좋다"는 주장이 가장 크게 부딪힙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제품들을 보면 `주의사항'에 "반드시 수돗물만 사용하라"고 적혀있는데 "사실은 증류수가 제일 적합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옵니다.

소비자는 헷갈립니다. 도대체 어떤 물을 써야 한다는 말일까요?

 

▲ 한 가습기 제품의 사용 설명서 내용  © KBS

 

■ '가습기 물' 연구, 공인된 것 없어

안타깝게도 가습기를 사용할 때 어떤 물을 사용하는 게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된 바는 없습니다. 가습기에서 나온 수증기를 폐로 들이마셨을 때 얼마나 유해할지, 아니면 반대로 정말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조사된 바가 없습니다.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 변화로 새로운 연구주제가 생겨났지만 공인된 연구결과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보니 '갑론을박'이 나오는 거죠.

제조사는 자사 연구팀의 연구와 외부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수돗물 사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업체 관계자들은 "세균번식을 줄이기 위해 염소가 들어있는 수돗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수돗물에 들어있는 염소 성분이 수증기에 섞여 폐로 들어왔을 땐 문제가 없을까요? 또, 수돗물에 포함된 칼슘·나트륨 등 미네랄 성분이 폐로 들어올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수증기에 섞인 미네랄 성분이 워낙 적어서 인체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도 나오지만, 이 역시 의견일 뿐 명확히 연구된 바는 아닙니다. 미량이라 할지라도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수증기에 섞인 염소 성분의 유해성에 대한 것도 공인된 근거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제조사가 안내하는 대로 그냥 수돗물을 쓰면 되는 걸까요? 그대로 따르기에는 께름칙한 부분이 있습니다.

■ 미네랄 많은 수돗물 사용 시 미세먼지 최다 발생

몇 안 되는 국내외 연구결과들을 보면 가습기에 수돗물과 정수기 물, 증류수를 사용했을 때 수돗물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1992년 환경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실험해봤더니 PM10 미세먼지 농도가 집 전체(면적 392㎥)에서 650㎍/㎥(최고치 기준)까지 올라갔고 1인실(25㎥)에선 무려 7000㎍/㎥을 초과했습니다. 반면 증류수를 사용했을 때는 54㎍/㎥에 그쳐 차이가 컸습니다. 미네랄 함량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미네랄 성분이 적은 물을 사용해 에어로졸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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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윤충식 교수팀이 지난해 연구한 결과도 비슷합니다. 초음파 가습기를 클린룸(7×2.4×2.4m)에서 8시간 동안 가동했더니 미세먼지 입자 수와 질량 농도가 수돗물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정수기 물과 증류수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수돗물의 경우 입자 크기가 0.4㎛ 이하로 폐포로 침투할 수 있는 크기로 나타났습니다. 물 속 미네랄 농도도 수돗물이 가장 높았습니다.

다만 다량 발생한 수돗물 미세먼지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윤 교수팀은 수돗물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농도의 절대 수치가 워낙 낮아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연구진이 
2013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수돗물 입자가 쥐의 폐에서 세포 반응을 일으키긴 했지만 염증이나 조직 손상의 징후는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쓰는 것이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위 연구 대부분 "가급적 증류수나 정수기 물을 권장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검증되진 않았지만 수돗물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여러 연구에서 가열식 가습기는 초음파식보다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 물 관리보다 가습기 관리가 더 중요해

사실 가습기 관리를 잘하면 꼭 수돗물을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조사가 수돗물을 권장하는 이유는 결국 세균번식, 위생의 문제 때문인데요. 물을 매일 갈아주고 가습기 청소도 자주 해주면 별다른 무리는 없습니다.

한 가습기 업체 관계자는 "유지관리 측면에서 세균번식을 막고자 권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기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정수기 물이나 증류수를 쓴다면 세균 번식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조금 더 가습기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환경부도 
공식 블로그와 웹진 모음집을 통해 가습기의 위생관리를 강조했습니다.

 

▲ 환경부가 배포한 관리 수칙 내용  © KBS

 

[결론]

- 평소 가습기를 청결하게 잘 유지한다면 굳이 수돗물만 써야 할 필요는 없음. 물 종류보다 중요한 건 관리.
- 가습기 수증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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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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