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발언인 양 보도한 SBS 법정제재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20/10/14 [22:13]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발언인 양 보도한 SBS 법정제재

미디어오늘 | 입력 : 2020/10/14 [22:13]

박서연 기자 입력 2020.10.07. 18:52

 

SBS,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더 있다고 단정 심의위원들 "고소인 취재한 것처럼 보도"…SBS 측 "믿을만한 취재원 정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더 많다고 했다고 보도한 SBS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심의위원들은 “피해자 A씨가 더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는데도 SBS 측이 조치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소위원장 허미숙)는 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SBS '8뉴스'가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 ▲SBS는 지난 7월9일 “어젯밤 고소장 접수 비서 '시장이 지속적 성추'”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피해자인 A씨가 피해자가 여러 명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미디어오늘

 

SBS는 지난 7월9일 “어젯밤 고소장 접수…비서 '시장이 지속적 성추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한 피해자 A씨 진술 내용을 보도했다. A씨의 서울시 근무 시작 일자를 잘못 표기해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도 한 리포트였다.

문제가 된 보도 내용은 “A씨는 또, 본인 외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도 덧붙였다”라는 대목이다. A씨가 이렇게 직접 말한 걸 듣지 못했는데 SBS가 마치 A씨에게 들은 것처럼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SBS 보도 이후 A씨 소송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7월13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는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원인들은 “고소인이 피해자가 여러 명 있고 본인이 용기를 내 고소한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추후 고소인의 변호인은 다른 피해자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으므로 근거가 없는 내용을 방송했다”며 심의 민원을 제기했다.

 

▲ ▲SBS는 지난 7월9일 “어젯밤 고소장 접수 비서 '시장이 지속적 성추'”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피해자인 A씨가 피해자가 여러 명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운영자

 

허미숙 소위원장이 “방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사실 확인을 위해 어떤 취재를 했느냐”고 묻자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조성현 SBS 시민사회팀장은 “피해자를 직접 취재하지 않았으면서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점이 문제다. 사실 확인을 위해 피해자가 더 있다는 내용을 가장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한 명의 취재원과 연락해 문장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시간이 더 있었으면 복수의 취재원을 확보했겠지만 시간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며 “또 피해자를 직접 접촉하는 건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접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의위원들은 SBS 보도 후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보고 피해자인 A씨가 '더 많은 피해자'를 모른다고 이야기했는데도 해당 보도 내용을 왜 그대로 방치했느냐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기자회견에서 A씨가 더 많은 피해자에 대해 모른다고 밝혀졌는데 왜 해당 문장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뒀느냐”고 물었고, 조 팀장은 “이미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부분이라 그냥 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많이 알려지면 그냥 놔둬도 되는 거냐. 부정확한 정보를 떠돌게 하는 게 더 문제다. 단순히 신원을 밝히려고 하는 것만이 2차 가해가 아니다. 그것도 피해자 발의 문장을 써놨다. 이런 문장이 남겨져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원 4인(강진숙·박상수·이소영 위원, 허미숙 소위원장)은 법정제재 '주의'를, 이상로 위원은 홀로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정확한 취재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수 위원은 “취재원 한 명의 말만 듣고 A씨가 말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 기자가 A씨에게 검증한 내용도 아니었다. 고소인 A씨가 서울시에서 근무한 시점도 잘못 보도한 기본적 사실관계 취재가 잘 안 된 미흡한 기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도 “크로스체킹을 하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기자회견 이후) 해당 문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명백했는데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이다. A씨가 말했다는 걸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해당 정보를 그대로 남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악플러는 나쁘다'고 말하는데 악플러들이 악플을 달 수 있는 먹잇감을 주는 게 더 나쁜 행위다. 언론사는 민감한 사안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상로 위원은 홀로 SBS 보도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언론이 설사 오보했다고 해도 SBS는 보도해야 했다. 국가 기관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A씨가 더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피해자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영원히 박원순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 진실은 감춰져 있다. 김 변호사가 다른 피해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부분이 다른 피해자가 없다는 식으로 오해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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