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팩트체크] 이탄희 공황장애 '자가진단' 논란 살펴보니

더 팩트 | 기사입력 2020/10/22 [12:10]

[TF팩트체크] 이탄희 공황장애 '자가진단' 논란 살펴보니

더 팩트 | 입력 : 2020/10/22 [12:10]

입력: 2020.10.19 05:00 / 수정: 2020.10.19 05:00

 

▲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사고 등의 사유로 회의에 불출석할 때 내는 청가서는 진단서 등 증명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 팩트

 

'진단서' 요구 없는 국회 청가서…증명 자료 제출 규정 없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국회 임기 시 일주일만에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국회를 떠났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경기 용인정)이 공황장애 진단을 받지 않고 청가서를 허가받아 논란이다.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이나 세부 기준 없이 청가서 허가가 가능해 관련 규정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가 국회 사무처에 취재한 결과, 국회법상 청가서 제출 시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 제출 의무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관계자는 청가서는 회의 불출석 사유서로서 '공지' 성격이 강해 일반 기업에서의 '휴가'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급휴가처럼 청가서를 제출하면 특별활동비 수당이 깎이지 않는 등 불이익은 크게 줄어든다.

√FACT체크1=병원 진단서 없이도 청가서 허가 가능

▲ 이탄희 의원은 약 4개월 만에 국회에 복귀하며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자가진단으로 재택근무를 해왔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이 의원. /이새롬 기자  © 연합뉴스

 

이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제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주변에서 여러 조언을 해주셔서 (쉬었다)"고 했다.

해당 발언 이후 일각에선 이 의원이 스스로 공황장애 진단을 내리고 4개월간 재택근무를 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 의원은 "공황 증상으로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의를 거쳐서 2개월간 청가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사고나 질병 등의 사유로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 국회의장에게 사유를 기재한 청가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유와 기간만 명시하면 될 뿐 이를 뒷받침하거나 증명하는 자료 제출 의무 규정은 없다.

국회 관계자는 <더팩트>에 "세세한 기준을 말할 순 없지만 청가서를 신청할 때 근거 자료를 붙여서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청가서 허가 여부 기준도 느슨하다. 국회윤리실천규범 제14조(회의출석)에 나온 "국회의원은 결혼식 주례나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국회의 각종 회의에 불참해선 안 된다"는 규정 외에는 별도로 없다.

아울러 청가 여부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청가 사유는 공개하지 않아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청가 사유가 병가인지 다른 공무상 이유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청가서 제도가 느슨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 '청가'를 일반인 '휴가'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은 정무직 공무원이긴 하지만 개개인이 24시간 의정 활동을 하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근태를 관리하거나 휴가를 주는 게 불가능하며, 이런 맥락에서 청가서는 회의 불참 이해를 요청하는 취지이지 근무 의무를 면해달라는 '휴가' 요청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장기 병가 개념도 국회법상 따로 없다. 이 의원 역시 지난 6월 사무처에 병가 신청을 먼저 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대신 청가서를 제출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은 아프더라도 국회 회의에 나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게 병가가 따로 없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무(義務)엔 강제력이 내포돼 있지만, 의원들에게 적용되는 의무는 다른 셈이다.

√FACT체크2=청가서 제출하면 불이익 없다?...일부 진실

이 의원이 청가서를 제출할 당시 국회 사무처는 "청가서를 제출하면 의정 활동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급여에 차이가 없을 뿐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불출석한 것으로 인정돼 소속 정당에서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청가서 세부 근거 기준이 마련돼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청가를 승인함으로써 의원이 회의 출석 의무를 면한다든가 권한이 생긴다면 허가권자가 허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결정 내릴 수 있지만 청가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의원 회의 출석률은 성실한 의정활동을 나타내는 주요 잣대로 활용된다. 각 정당에선 공천 과정에서도 의원 개개인의 회의 출석률을 주요하게 파악한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당론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에서 상임위 위원장이 소속 위원의 회의 출석 여부를 공개하고 매월 의장에게 보고해 불출석을 지속할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는 규정을 담기도 했다. 이처럼 정당이 출석률 제고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휴식 등을 취하기 위해 허위로 청가서를 제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셈이다.

청가서를 제출할 경우와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가하는 패널티는 국회의원의 여러 수당 중 특별활동비(올해 기준 1일당 3만1360원)를 지급(청가서 제출 시)하거나, 지급하지 않는(청가서 미제출 시) 차이 뿐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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