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으로 본 ‘상속세 논란’ 팩트체크…이건희 회장만 60% 떼간다?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20/10/28 [12:17]

삼성으로 본 ‘상속세 논란’ 팩트체크…이건희 회장만 60% 떼간다?

경향신문 | 입력 : 2020/10/28 [12:17]

ㆍ최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할증…‘공평과세’ 취지
ㆍ최고 세율, 선진국보다 높지만 공제율 높아 실효세율 비슷
ㆍ세율 낮추면 ‘부의 세습’ 용이…계층 간 자산 불평등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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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보수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 한국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의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세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상속세 할증률에 대해서도 반발한다.

하지만 한국은 공제 혜택이 많은 데다 소득세율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상속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 한국 상속세율, 선진국보다 높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국민소득 3만달러이면서 인구가 5000만이 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일본(55%)에 이어 2위다. 프랑스는 45%, 영국과 미국은 각 40%로 한국과 비교해 상속세 부담이 낮다.

독일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최대 30% 세율만 부과한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에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명목세율일 뿐이다.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와 편법 상속 만연 등과 같은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다른 나라와의 세율 비교에서는 이 같은 요소가 반영되지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 26.8%였던 상속세 실효세율은 2015년 30.1%로 증가한 뒤, 매해 꾸준히 줄어들어 2018년에는 27.9%에 그쳤다. 광범위한 감면 혜택으로 과세 대상자도 소수에 머무르고 있다.

2018년 기준, 상속세가 부과된 인원은 8002명으로 총 피상속인(35만6109명)의 2.25%만 상속세가 부과됐다. 한국에서 상속세가 전체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0.9%, 액수로는 2조5197억원(결정세액 기준)에 그친다.

일부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지만 대신 높은 수준의 소득세로 조세형평성을 지향한다. 캐나다(53.5%)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60%에 육박하며 이외 스웨덴, 포르투갈, 이스라엘 등도 한국(42%)보다 소득세율이 더 높다.

■ 이건희 회장만 상속세율이 60%?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주식의 경우 고인이 대기업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주식평가액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이 회장의 지분이 삼성전자 4.18%(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인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 유족의 상속세는 10조9000억원가량이 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할증률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과세하기 위한 제도로 1993년 도입됐다.

재계에서는 최대주주가 과반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추가 할증률 10%까지 적용할 경우 상속세가 최대 65%까지 달한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할증률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8년 국내 기업의 지배주주 지분 이전 시 발생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적으로 시장가격의 45%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배주주의 주식을 매입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시장가격에 비해 웃돈을 주고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에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지급된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의 규모(30% 내외)보다 높은 수치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할증은 최대주주가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라며 “공평과세라는 목적뿐 아니라 왜곡된 지배구조의 교정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높은 상속세율로 가업 끊긴다?

최근 상속세와 관련된 논의 대부분이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집중됐지만 정작 상속재산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증권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비중은 평균 12% 남짓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토지(36.3%)와 건물(27.4%)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지배권 상속을 손쉽게 만들어주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면 부의 세습이 더욱 활발해져 계층 간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이총희 회계사는 “세율 인하로 가업 상속이 쉬워질 수 있지만 사회계층 간 이동을 어렵게 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5월 펴낸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를 통해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상속·증여 세제를 통해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며 “해외 주요국과의 단편적인 세율 비교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상속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소득분배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바탕으로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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