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 감싸기” 노동부 팩트체크에 민주노총 ‘맞불’ 팩트체크

선비준 가능한데 개악입법 무리 추진, “ILO 공식 입장 정부와 달라…공개토론 제안”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20/11/13 [15:11]

“노동개악 감싸기” 노동부 팩트체크에 민주노총 ‘맞불’ 팩트체크

선비준 가능한데 개악입법 무리 추진, “ILO 공식 입장 정부와 달라…공개토론 제안”

미디어오늘 | 입력 : 2020/11/13 [15:11]

정부가 양대노총의 반발 속에 내놓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를 앞둔 가운데, 정부가 개정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른바 ‘팩트체크’ 형식으로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정부의 해명자료를 대상으로 ‘역 팩트체크’를 발표하고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핵심협약 비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에 관련한 쟁점과 오해를 팩트체크 방식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자료는 17가지 쟁점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부는 지난 6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며 국회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 개정안은 그간 재계가 요구해온 △사업장 쟁의행위 금지 확대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제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담았다. 반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 설립신고 반려제도 삭제 조항은 빠져 사실상 노동기본권 후퇴라는 반발을 낳고 있다. 개정안은 이달 내 환노위 전체회의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먼저 노동부가 핵심협약 비준과 법개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지적했다. 노동부는  팩트체크에서 “국제협약과 상충되는 국내법의 해석과 적용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법 개정과 협약 비준절차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면) 이후 개정이 필요한 ‘노조법’의 범위·수준 등에 대한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 ▲고용노동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정부가 제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관련해 팩트체크 형식으로 내놓은 보도자료.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 미디어오늘


민주노총은 정작 ILO의 입장은 다르다고 밝혔다. ILO는 핵심협약은 비준 뒤 1년 뒤부터 국제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ILO는 이 기간에 충분한 기술적 조언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얼마든지 ‘선비준-후입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코린 바르기 ILO 국제노동기준 국장은 “법제가 완벽해지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만족할 때까지 핵심협약 비준을 미룬다면 노동권 보호 진전은 더욱 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자료에서 재계와 경영계 반발에 해명하는 어조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의 무분별한 노조 활동을 막도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해당 조항이 오히려 해고자와 산별노조 조합원의 조합활동을 제한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개정안 5조(노조 조직‧가입‧활동)엔 조합원을 ‘종사’와 ‘비종사’로 구분한 뒤 사업장 출입과 조합 활동에 차등을 두는 항목을 신설했다. ILO 협약과 무관한 조항으로, 이에 따르면 해고자나 산별노조 임원‧조합원, 특수고용이나 간접고용노동자도 조합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민주노총은 이 조항이 오히려 ILO의 협약 취지를 거스른다고 밝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해당 기업에 고용되진 않으나 고용 조합원이 있는 노조의 대표자는 그 기업에 대한 접근을 허용받아야 한다. 편의의 허용은 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저해해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반박을 재차 질문 형식으로 기술하며 “결사의 자유 협약과 관련된 입법만을 개정한다면 기업별 노사관계 특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우리나라의 특성과 다소 상충될 수 있다”고 했다.

▲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양대노총이 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 미디어오늘


민주노총은 정부가 개정안에 직장점거 금지 규정을 신설하며 “판례를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노동부가 제시한 판례에 관련 내용이 없다고도 했다. 노동부는 ‘팩트체크’ 자료에서 대법원이 2018년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의 로비와 질병의뢰센터 등 점거 농성을 정당하다고 본 확정판결을 인용했다.

해당 판결은 병원사업장 내 점거를 정당하다고 판단해 의미 있는 판례로 꼽힌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노동자들의 로비 점거행위를 두고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형법상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고, 주요 업무시설 점거를 제한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병원 로비가 점거된다고 해서 병원 고유업무가 중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힌 대목을 들었다. 이 대목이 정부 개정안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사측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에 상한을 규정한 대목도 의문을 산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가 노조업무에 종사하며 사용자에게 급여를 지급받는 것은 정부가 정한 한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ILO는 비용부담은 국내법령 등으로 정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ILO의 입장은 단순명쾌하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이므로 정부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임의로 한도를 정한 뒤 이를 초과하는 노사 자율 단체협약 내지 합의를 무효로 하는 것은 ILO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노동부 노조법 담당 관계자는 이 같은 질문에 “ILO가 전임자 임금지급은 입법관여 대상이 아니라며 폐지 권고한 건 맞다”면서도 “면제 제도 자체에 대해 문제 삼은 건 아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 개선은커녕 노동개악 내용만 가득한 역대급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한 뒤 “노동부에 언론 앞에서의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정부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 공식입장에 논평으로 팩트체크한 내용 외에도 바로잡을 부분이 많아 한겨레와 매일노동뉴스 등 외부 연속기고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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