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판사 정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범위에 포함?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0/12/15 [12:03]

[팩트체크] 판사 정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범위에 포함?

연합뉴스 | 입력 : 2020/12/15 [12:03]

송고시간2020-11-30 19:06

김수진 기자 

 

 

검찰청사무기구규정엔 '사건 및 수사 관련 정보' 수집토록 규정

전문가들 "재판부 성향은 수사정보 아냐" vs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 판사 정보 및 성향 담은 검찰 문건 공개 (PG)[김토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징계 사유 중 하나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을 지목하면서, 이를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9월3일자로 수사정보담당관실로 개편)의 업무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윤 총장과 검찰 측은 해당 문건은 업무 매뉴얼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으로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관련 규정과 내부 업무 지침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정보와 자료 수집 및 관리업무에는 수사 중인 사건 관련 정보는 물론 공판 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며 "법령상 직무 범위 내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검찰 업무 분장에 관한 법령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검찰 규정상 수사정보정책관 업무에 '재판부 판사 정보·성향'도 포함?…그렇다고 볼 명시적 근거는 없어

▲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 연합뉴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업무 범위는 성 부장검사의 설명대로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3조의6에 나와 있다.
 
수사정보담당관은 ▲부정부패사건·경제질서저해사건 등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수집·관리, 분석·검증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대공·선거·노동·외사 등 공공수사사건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수집·관리, 분석·검증 및 평가에 관한 사항 ▲신문·방송·간행물·정보통신 등에 공개된 각종 범죄 관련 정보와 자료의 수집·관리, 분석·검증 및 평가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중요 수사정보와 자료의 수집·관리, 분석·검증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등과 관련해 대검 차장을 보좌한다.
 

그리고 앞서 성상욱 부장검사가 문건을 작성한 지난 2월 당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성 부장이 맡았던 수사정보2담당관은 ▲부정부패사건·경제질서저해사건 등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사항 ▲ 대공·선거·노동·외사 등 공공수사사건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중요 수사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사항과 관련해 수사정보정책관(9월3일자로 폐지)을 보좌하게 돼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훈령인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성상욱 부장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공판 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규정상의 업무에 포함된다'고 했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상 수사정보담당관 업무에 '공판 중 사건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사 정보 수집·관리 업무를 기소 전·후로 나눠 후자는 권한밖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성 부장 논리다.

이와 관련,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를 위한 증거수집 활동이기 때문에 수사와 공소를 분리할 수는 없다"면서 "공판 관련 정보를 수사정보와 구별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중인 사건 관련 정보도 수사정보담당관 업무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재판부 소속 판사의 성향, 개인정보까지 수사정보담당관의 규정상 업무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는 남는다. 판사의 성향, 개인정보가 '수사 및 사건 관련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조문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 법조인들 "재판부 성향은 수사정보 아냐" vs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포괄적으로 해석하기 마련"

그렇다면 판사 성향과 판사의 개인 정보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 업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된 재판부 문건을 '사찰'로 보는 전문가들은 규정상의 대검 정보수집 기능을 수사와 직접 관련된 사안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지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재판부의 성향까지 범죄정보 내지는 수사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법령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라는 건데, 이를 재판부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대단히 넓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그러면서 "처제 등 가족 관계에 대한 내용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고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술자리 등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국가기관인 검찰이 정보라고 모아놓는 것은 문제"라며 "거창하게 쫓아다니면서 탐문하는 것만 사찰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익명 인용을 요구한 판사 출신 A 변호사도 "(검찰이) 정보를 수집하는데 법에 없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꼭 도청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뿐 아니라 권력기관이 조직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했으면 심하게 말해 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검사의 재판부 정보 수집을 권장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소하고 공소 유지만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국내에서 검찰이 수사, 기소를 다 함으로써 권한이 집중돼 있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와중에 정보 수집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규정에 제시된 직무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판사 성향 또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까지도 규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법령에 '하라'는 규정이 없다고 해서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재판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재판부가 어떻게 진행할지를 모르는데, 불법을 동원한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정보를 파악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교수도 "검사 입장에서는 (공소유지에) 유리한 정보가 될만한 것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일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규정을 근거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범위를 넓게 보고, 책임을 묻는 사람은 좁게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이번 사건이 대검 시스템을 개혁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검찰의 정보 수집을 최소화한다든지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데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총장 직무배제 관련 심문기일, 일선 검사들 입장은(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이 열리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0.11.30 ondol@yna.co.kr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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