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조류인플루엔자(AI) 철새가 가져온다?

뉴스톱 | 기사입력 2020/12/15 [12:55]

[팩트체크]조류인플루엔자(AI) 철새가 가져온다?

뉴스톱 | 입력 : 2020/12/15 [12:55]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0.12.09 17:37

 

 

축산 경영자의 철처한 차단방역을 촉구한다

지난해 잠잠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사례가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장관, 이하 ‘중수본’)는 지난 7일 신고된 충북 음성 메추리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형)가 확진됐다고 8일 밝혔다. 올해 들어 4번째 가금류 농장의 확진 사례이다. 

그동안 AI의 유입 경로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많았지만 코로나19와 맞물려 철새로 인한 바이러스 유입설이 거의 정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AI 발병의 책임을 모두 철새에게만 돌리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 출처: 농림축산식품부출처 : 뉴스톱(http://www.newstof.com)  © 뉴스톱


①AI 바이러스 철새가 가져온다 - 대체로 사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는 AI 상재국(常在國)으로 분류된다. AI가 토착병으로 사시사철 발생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가을~봄 사이에 AI가 발생한다. 아직 AI가 토착화됐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AI 발생 시기가 한반도 철새 이동 시기와 맞물려 있고 철새도래지에서 수거한 철새의 사체, 분변 등에서 AI항원이 검출되는 등 여러 정황은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온다는 점을 지목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바이러스 유래에 대해 "국가 간에는 주로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병원성AI 발생국으로부터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한 유입이나 해외방문자 등 사람에 의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해외방문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확진 사례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를 해외방문자가 가져왔다고 연결짓기는 어렵다.

②모든 AI 발생 사례는 철새 책임 100%? - 대체로 사실 아님 

지난 11월26일 전북 정읍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하기 이전의 최근 발병사례는 2018년 3월이다. 이후 2년8개월 정도 농장 발병 사례가 없다가 이번에 다시 농장에서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는 2016~2017년 사상 최악의 AI 사태를 겪은 뒤 가축 방역 시스템을 정비했다.  당시 발생한 AI는 2개 유형(H5N6, H5N8)으로 418개 농장에서 가금류 총 3807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사상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하였다. 당시 살처분에 쓰인 재정은 3688억원에 이른다.

이후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고 정부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2019년은 농장에서 AI 확진사례가 없던 해로 기록됐다.

그러나 올해 농장 4곳에서 AI 확진 사례가 발생하며 해당 농장 4곳과 각 농장의 반경 3km 이내에 위치한 농장에서 사육중인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 1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고병원성 AI확진 사례에서 바이러스는 철새의 분변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철새가 날아가면서 개별 농장에 분변을 직접 떨어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I긴급행동지침(SOP) 최신판을 살펴보자.

조류인플루엔자는 주로 직접접촉에 의해서 전파되며, 감염된 닭의 분변 1그램에는 십만 내지 백만 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이러한 분변이 오염된 차량(특히 분뇨차량)이나 사람, 사료, 사양 관리기구 등을 통해 전염이 일어나며, 가까운 거리는 오염된 쥐나 야생조류에 의하여도 전파될 수 있다. 계사 내의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는 오염된 물·사료, 기침 시의 비말 등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으며, 바로 인접한 농가 간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 중의 부유물이 바람에 의해 이동됨으로써 전파가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AI긴급행동지침 4쪽, 농림축산식품부) 

바이러스를 담고 있는 분변이 차량 또는 사람에 묻어 농장 내로 들어가는 경우를 가장 큰 전파경로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8일 농림축산부 보도자료에서 중수본 관계자는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오염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농장의 소독·방역실태가 조금이라도 미흡할 경우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7년 11월~ 2018년 3월까지 국내 고병원성AI 확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발생농장의 대부분이 농장 주변에 철새도래지 및 농경지가 있어 야생조류 분변 등에 오염된 사람 또는 차량 등에 의해 유입되거나 야생조수류의 축사 침입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농장내 유입은 차량(8건, 44.5%) > 야생조수류(6건, 33.3%) > 작업자(4건, 22.2%) 순으로 많았고, 축사내 유입은 작업자(16건, 88.9%) > 야생조수류(2건, 11.1%)의 비율이었다.

바이러스를 농장 주변까지 가져오는 것은 철새이지만 농장 안으로 바이러스를 들여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농장주의 철저한 방역으로 AI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③동물 복지 축산으로 AI 막을 수 있다? - 절반의 사실

동물복지단체들은 AI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 '밀집 공장형 축산'을 지목한다. A4용지 한장보다도 좁은 공간에서 24시간 갇혀 알 낳는 기계로 살아가는 현재의 공장형 축산 방식이 가축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대안으로 가축들이 본성을 발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적절한 사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의학계는 동물복지 축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축전염병을 근절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농장 관계자들의 철저한 방역과 사육환경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7년 9월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주최한 '밀식 사육의 문제와 동물 복지 농장 확대를 위한 국회 토론회'의 한 대목을 옮겨 본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전체 산란계 농장 중 14.9%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동안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92곳 가운데 단 1곳에서만 AI가 발생해 발생률이 1.08%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2년전 음성 지역에서 AI 발생이 매우 심각할 때 버티고 버티다가 발생한 경우”라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당연히 동물복지 축산이 필요하고 동물복지를 원하지만, 이런 식으로 동물복지가 시작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 과장의 AI 발생률 비교에 대해서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AI 발생이 소수만 더 있었어도 발생확률은 비슷해진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동물복지로 질병을 해결한다는 발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동물복지는 질병의 해결책이 아니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 키운다고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복지가 면역이 더 좋다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 형성 등 특이면역이 필요하지, 단순히 조금 더 건강한 개체라고 하여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언급한 것이다. (데일리벳, 2017.09.18)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가축들은 면역력이 더 강할 것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강하다고 해서 바이러스성 질환인 AI에 노출된 가축들이 모두 발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가금류 농장에 동물 복지 축산을 적용한다고 해서 AI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④확진 농장 반경 3km 이내 모두 살처분해야?-논란 중

현행 AI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AI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농장 반경 500m 이내를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3km 이내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 500m 이내는 살처분 및 반출·입 금지조치가 내려진다. 3km 이내도 마찬가지지만 지방 가축방역심의회 결과에 따라 지자체에서 농식품부와 협의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동물권 단체들은 감염되지 않은 가축들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희생시키는 '예방적 살처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2018년 확진사례에서 농장 86곳의 가금류를 살처분했지만 단 한 곳에서도 양성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결국 감염되지 않은 무고한 생명만 희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관점은 다르다. 신속하고 강력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사례를 두고도 정부는 "이번 발생의 경우, 긴급행동지침(SOP) 보다 1~2일 빠른 긴급 방역조치(조기 살처분, 예방살처분 확대, 신속한 일시 이동중지 등), 관계부처, 지자체와 신속한 상황 공유 및 협력체계 가동, 계열화 소속농가에 대한 예찰 등 강력한 방역 대책 추진과 가금 농장의 신속한 신고를 통해 질병확산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 반경 3km 이내의 농장에서 양성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추가전파의 위험이 없었다는 뜻도 된다.

코로나19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방역당국의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와 축산농가의 철저한 차단방역 준수로 AI 확산을 막아내기를 기원한다. 축산 당국도 예방적 살처분에 관한 지침을 재검토해 일괄적인 3km이내 실시 기준이 타당한지 밝혀주기를 바란다. 가축도 살아있는 동안 생명답게 살도록 하자는 것이 문명 사회의 도도한 흐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정수   su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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