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형제’ 화재사건, 경찰 발표 후 오보 논란 왜?

경인일보 보도로 돌봄 사각지대 문제 공론화… 경찰 조사 결과 화재 원인 아이의 실화, 경인일보 “사건 본질 훼손돼선 안돼”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20/12/15 [17:56]

‘라면 형제’ 화재사건, 경찰 발표 후 오보 논란 왜?

경인일보 보도로 돌봄 사각지대 문제 공론화… 경찰 조사 결과 화재 원인 아이의 실화, 경인일보 “사건 본질 훼손돼선 안돼”

미디어오늘 | 입력 : 2020/12/15 [17:56]

 

지난 9월14일 인천 용현동 빌라 화재사고는 이른바 ‘라면 형제’ 화재사고로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경인일보 기사(“[단독] 라면 끓이던 형제 ‘날벼락’ 코로나 시대의 비극”)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소라면 학교에 있어야 했을 평일 점심에 가까운 시간, 초등학생 형제 단둘이 집에서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나 크게 다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비대면 원격으로 학교 수업을 해야만 하는 코로나19 시대가 빚은 참변이다.”

기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우리사회가 ‘돌봄 사각지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돌봄 사각지대를 꼼꼼히 점검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 보도는 독자 다수의 공감을 샀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가 겪게 된 사고는 안타까움을 주기 충분했다.

시민들은 중화상을 입고 위중했던 10살과 8살 두 형제 쾌유를 염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생은 지난 10월 세상을 떠났고, 정치권에서 애도가 이어졌다. 언론은 이 사건을 ‘라면형제 화재 사고’로 명명하며 이슈를 키웠고 정치권은 입법 활동으로 응답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달 이 보도에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해 심층적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며 기자상을 줬다.

여기까지는 기사가 사건의 이면을 들춰 부조리한 현실을 개선한 좋은 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경찰의 화재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보도는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형인 ㄱ군(10)의 실화였다. ㄱ군은 화재 당시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휴지를 가까이 갖다 댔고 이 같은 행위가 큰 불로 이어졌다. 

  ▲ 지난 9월14일 인천 용현동 빌라 화재사고는 이른바 ‘라면 형제’ 화재사고로 널리 알려졌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경인일보 기사 제목은 “[단독] 라면 끓이던 형제 ‘날벼락’ 코로나 시대의 비극”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경찰 조사 결과 화재의 원인은 아이의 실화였다. 사진=경인일보 기사 갈무리.


ㄱ군은 경찰에 “가스레인지 불에 휴지를 가져다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고 화재 감식 결과 주방에서 음식물을 조리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미성년인 ㄱ군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탓에 경찰은 사건을 종결했다. ㄱ군은 현재 병원 치료 중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처음부터 주방 쪽에서 불이 시작됐다고만 밝혔으며, 라면 등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났다고 추정해서 발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일보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숨지고 형이 크게 다친 ‘인천 용현동 빌라 화재사고’가 아이의 불장난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면 등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났다는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까지 썼다.

경인일보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 단독 및 연속 기사로 아이 돌봄 사각지대를 공론화한 공로는 분명하지만 첫 보도의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인일보의 첫 보도에서 ‘라면’의 소스는 소방 당국이었다. 경인일보는 “소방당국은 아이들이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전에 제목과 리드 등에서 원인을 단정한 것이 문제였다. 

경인일보 측은 11일 미디어오늘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먼저 보도는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어린 형제가 집안에서 화재 피해를 입었고, 부모에게도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데다 그러한 사실이 인지됐는데도 국가적 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명이다.

경인일보 측은 “단지 화재 원인에 대한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사고의 본질과 의미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여전히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하는 돌봄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며 현재 경인일보는 경찰의 내사 종결 내용과 관련한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인일보는 이번 사고가 양육자의 방임과 여러 기관의 무책임한 태도 속에서 벌어진 ‘사회적 참사’임을 확인하고, 지속해서 문제점을 짚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했다”며 “국회에선 이 사고를 계기로 학대 의심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돼 최근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 경인일보 사회부장은 통화에서 “사고 초기 소방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다가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을 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ㄱ군의 실화라는) 경찰 감식 결과에 대해 우리가 ‘(화재 원인은) 라면이 맞다’고 우기며 조사 결과를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 역시 경찰의 수사결과를 제대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보도 초점은 코로나 국면에서 아이들이 돌봄을 제대로 못 받았고, 돌봄 문제가 인지됐는데도 사회 안전망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사실이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우리는 최선을 다해 보도했다”고 설명한 뒤 “일부 언론은 우리 보도를 오보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들도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경찰 발표 전 라면이 아니었다고 보도한 언론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단지 ‘라면’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를 재단하지 말고, 아이들이 코로나 시국에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문제를 의제화하고 (보도 이후) 입법에서도 성과도 있었다는 점을 더 살펴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