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정인이 사건' 첫 재판 D-1…경찰 재수사 정말 불가능할까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21/01/17 [09:57]

[팩트체크]'정인이 사건' 첫 재판 D-1…경찰 재수사 정말 불가능할까

이데일리 | 입력 : 2021/01/17 [09:57]

등록 2021-01-12 오후 3:29:23

수정 2021-01-12 오후 9:24:51

 

공소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 재기 불가능

새로운 증거물 있다면 추가 檢 송치는 가능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할 수도…단 요구 없을 듯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해 입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여아가 숨진 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는 13일 열린다. 이 재판을 앞두고 입양모에게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정인양의 입양모인 장모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12월 같은 혐의로 장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했다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질타는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사건을 재수사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재수사를 통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행법 체계에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수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경찰청장이 이러한 입장을 밝힌 후 한 시민단체는 경찰의 정인이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해 발언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데일리


기소 사건, ‘재 기소’ 불가능…‘새로운 증거’ 발견시 추가 송치는 가능

정인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는 진짜 불가능한 것일까. 이를 따지기 위해선 ‘재수사’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동일한 사건을 원점에서 수사해 새로 송치를 하는 개념의 재수사라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와 329조에는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됐을 때엔 판결로써 공소기각을 선고해야 하고,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후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이미 재판에 넘겨진 정인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수사의 개념을 새로운 증거가 없는지 추가적으로 돌아본다는 뜻으로 넓힌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찰수사규칙안 제110조에는 공소제기 후에도 경찰이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에 따라 사건을 재개수사해 추가된 새로운 증거물 및 관계서류와 함께 검사에게 송부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이미 경찰은 정인양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부검 결과와 함께 폐쇄회로(CC)TV, 어린이집과 병원 관계자 참고인 조사, 소아과 전문의와 아동전문위원회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를 토대로 한 수사결과를 검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김 청장이 국회에서 “현재로서는 수사 미진 부분보다는 법률 적용이 살인이냐 치사냐가 문제”라고 밝힌 것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이데일리


검찰의 경찰 보완수사 요구땐 재수사 가능

경찰이 다시 정인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이를 담당한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의 유지에 관해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을 검사가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다.

검찰이 경찰에게 요구한다면 정인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검찰의 최근 행보를 보면 보완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말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정인양의 사망원인을 재감정해달라고 의뢰했고, 최근 그 결과서를 수령했다.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기 보단 스스로 혐의를 입증할 근거를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 재수사 요구의 목적이 ‘살인죄 적용’이라면 오는 13일 검찰의 결정에 따라 그 목적은 달성될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298조에 따라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등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를 토대로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감정 의뢰)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법리적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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