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국제 백신 공동구매' 코백스 참여가 개도국 등치기?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1/01/19 [12:10]

[팩트체크]'국제 백신 공동구매' 코백스 참여가 개도국 등치기?

연합뉴스 | 입력 : 2021/01/19 [12:10]

송고시간2021-01-12 15:08

김수진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서 '중·후진국 지원 프로그램에 한국이 왜?' 주장

코백스, 공동구매-기부 별개의 2개 트랙…한국등 여러나라 둘다 참여

코백스 공동구매 파이 커지면 협상력↑, 개도국도 백신 싸게 확보

 

 

▲ 코로나 팬데믹, 의료·경제 강타…백신으로 반격 시작 (CG)[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국제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하는 게 윤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온라인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지난달 28일 '정말 코백스에서 백신 가져오면 국제적으로 어떤 취급 받을지 모르겠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 명에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당일이다.

작성자는 "코백스는 donation(기부)에 의한 funding(자금 지원)을 기본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빌게이츠재단이 제일 많이 기부했고, 영국이 10억 불, 캐나다가 7억 불, 일본이 2억 불 등 기부했다"면서 "우리나라가 어마어마한 펀딩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1천 1백만 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일 많이 기부한 영국이나 그다음인 캐나다가 코백스에서 백신을 가져가겠느냐"며 "선진국처럼 백신을 입도선매 못 하는 국가를 위한 전형적인 중·후진국 지원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내년 1분기부터 백신을 도입한다면 코백스에 백신 2억 도즈 기부한 빌 게이츠가 비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해 백신 일부를 확보한다는 정부 계획을 비판한 게시물[출처: 서울대 온라인커뮤니티 스누라이프 화면 갈무리]  © 연합뉴스


즉, 코백스 퍼실리티는 백신 확보가 어려운 개발도상국의 백신 확보를 돕기 위한 선진국의 지원 프로젝트인데, 기부금도 상대적으로 적게 낸 한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백신을 확보하는 것은 '최빈국 등치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이 글에는 "가난한 개도국 백신을 털어먹으면 좋냐.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나라 망신", "우리나라가 코백스 물량을 가져오는 건 벤츠 타고 무료 급식소 가서 급식 먹겠다는 소리", "도네이션(기부)한 것도 없는데 뭘 가져오겠다는 건지…."와 같이 동조하는 댓글이 잇따랐으며, 추천 수도 140건에 이르렀다.

한 경제매체는 '코백스 참여를 통한 백신 공급 계획'을 전하는 기사에 이 게시물과 댓글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은 코백스 퍼실리티 프로젝트의 취지나 운영 방식을 오해한데서 비롯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백스 퍼실리티 활성화를 통해 백신 공급의 국가간 격차 문제를 피하자는 차원에서, 제약사와 개별국가간 양자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한국 포함 180여 개국 참여하거나 참여 의향

우선 코백스 퍼실리티의 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공동 운영하는 백신 공급기구다.

'공동구매' 개념을 떠올리면 쉽다. 이들 기구의 주도로 백신을 구입하고 싶은 국가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정치·경제공동체가 참여해 제약회사들과 대량으로 백신 구매 계약을 맺는 것이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구매력을 앞세워 구매 단가를 낮추는 등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여러 제약사와 접촉해 다양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정여건상 제약사와 직접 협상할 여력이 없는 개발도상국들로서는 '국제 공동구매'에 참여함으로써 백신 확보 통로가 열렸다는 점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선진국들 입장에서도 어느 백신이 성공적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자신들이 접촉하지 않은 제약사 백신을 구할 기회가 생긴다. 일종의 '보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국가가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하고 있다. 가비가 지난해 말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료에 따르면 협정문에 서명했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가 약 180개국에 이른다.

가비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백스 퍼실리티 참여자 중 '스스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고소득 국가'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선급금을 낸 만큼 백신을 가져갈 수 있다.

인구의 10∼50%에 해당하는 접종 분량을 신청할 수 있다. 가비 등은 공정한 배분을 위해 우선 참여한 모든 국가에 인구의 20%를 접종하는데 필요한 분량을 나눠준 다음, '국민 20% '를 초과하는 분량을 구입하려는 나라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 명 접종에 필요한 백신 2천만 도즈(1인당 2회 접종)를 확보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약 7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나라마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할 백신 물량은 다르지만, 비용을 지불한 만큼 추후 백신을 할당받는 것은 캐나다, 영국,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등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국가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예컨대, 영국은 코백스 퍼실리티에 7천100만 파운드(한화 1천55억여 원)을 지불했으며, 이를 통해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1천35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선 스누라이프 게시물 내용 중 '영국이나 캐나다는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개도국 지원 위해 기부금 모으는 '코백스 AMC' 별도로 존재

이 백신 공동구매 트랙과는 별도로 개도국의 백신 확보를 위한 재정 지원을 하는 '코백스 AMC(Advance Market Commitment)'라는 채널이 있다. '코백스 선구매공약'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일부 '부자국가'가 백신 구매비와 별개로 코백스 AMC에 기부금을 냈고, 자선단체와 글로벌 기업들도 이 프로젝트에 지갑을 열었다.

세계백신면역연합(가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약 24억 달러(한화 2조6천328억여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지난해 말까지 목표로 한 20억 달러를 뛰어넘은 금액이다.

개별 국가 중 영국이 7억600만 달러(7천762억여 원)로 가장 큰 금액을 기부했고, 캐나다가 2억4천630만 달러(2천701억여 원), 사우디아라비아가 1억5천300만 달러(1천678억여 원)로 각각 뒤를 이었다. 일본은 1억 3천만 달러(1천426억여 원)를 내놨고, 우리나라는 1천만 달러(109억여 원)를 기부했다.

자선재단과 기업·개인 중에서는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1억5천630만 달러(1천714억여 원)로 가장 큰 액수를 기부했고, 넷플릭스 최고경영인(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그의 아내 패티 퀼린이 3천만 달러(329억여 원)를 쾌척했다.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틱톡도 1천만 달러(109억여 원)를 내놨다.

▲ 한국의 코백스 AMC 기부금 1천만 달러[출처: 세계백신면역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 연합뉴스

 

스누라이프 게시물이 지목한 '기부금'도 맥락상 코백스 AMC 기부금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나, 인용한 수치는 코백스 AMC뿐 아니라 감염병혁신연합(CEPI),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글로벌펀드, WHO, 유니세프 등 여러 기관에 대한 기부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어쨌거나 코백스 AMC 기부금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확보와는 별개 트랙이며, 기부금을 냈는지 여부, 얼마나 냈는지 등이 해당 국가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백신 규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국 뿐 아니라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백신값(코백스 퍼실리티)은 그것대로 내면서 기부금(코백스 AMC)도 별도로 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가비(코백스 AMC를 의미)에 기부한 1천만 달러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인도적 지원 차원의 기금으로 우리가 사용할 백신 구매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민간이 낸 코백스AMC 자금은 개도국에 지원된다.

코백스 AMC 지원 대상 국가는 2018∼2019년 세계은행 통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미화 4천 달러 미만이거나 국제개발협회(IDA) 지원 조건에 부합하는 경제 규모를 지닌 92개국이다.

여기에는 북한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베냉, 부르키나파소, 브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예멘,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된다. 이중 북한을 포함한 86개국이 백신 지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 코백스 AMC 지원 대상 92개국북한(빨간색 표시)이 저소득 국가로 분류돼 코백스 AMC 지원 대상국에 포함됐다. 지원 대상은 대부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출처: 세계백신면역연합]  © 연합뉴스

 

이들 국가는 백신 1회 접종 분량당 최소 1.6∼2.0 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 비용은 기부금 지원을 받아 백신 확보하게 된다.

◇한국의 코백스 통한 백신 공동구매 참여로 개도국 피해 주장 전혀 사실 아냐…오히려 참여 통해 전체 구매 규모 키워 개도국의 구입단가 하락 효과

정리하면,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한 한국 포함 '고소득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백신 선급금을 내고 추후 돈을 낸 만큼 백신을 할당받는다. 그리고 형편이 되는 나라들은 이 백신 선급금과 별개로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구입비에 들어갈 돈을 기부한다. 혹은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하지 않고 코백스 AMC에 기부만 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의 코백스 AMC 기부금 규모가 경제력에 비춰 상대적으로 적다'는 류의 주장은 주관적 판단에 따라 가능하지만 개도국에게 돌아갈 몫의 백신을 한국이 챙겨간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백신 공동구매 트랙과 기부 트랙이 별개로 운영되고, 코백스를 통해 한국 포함 많은 나라들이 자국민에게 접종할 백신을 구입하는 동시에 개도국 백신 구입비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데 따른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코백스 퍼실리티가 공동구매에 참여한 나라들에 대해 국민의 20% 접종가능 물량을 나눠준 뒤 추가 구입을 희망하는 나라들에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국이라고 해서 재력을 앞세워 개도국이 가져갈 물량을 가로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기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백신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코백스를 통한 도입을 포기하면 그만큼 개도국이 백신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선진국들을 포함해 총 180여개국이 공동구매에 참여할 전망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포기하면 그 분량 만큼이 다 개도국에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코백스의 백신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것이 '파이'를 키우는데 기여함으로써 개도국의 백신 도입 단가를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 참여자가 늘수록 구매력이 커짐으로써 제약사와의 협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WHO는 코백스 퍼실리티가 우선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별국가가 백신 제조사와 양자거래를 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고소득 국가의 참여로 저소득 국가 백신 확보도 보장""코백스 AMC의 역할은 고소득 경제 국가 참여로 보장된 규모를 활용해 저소득 국가도 (백신 확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 [출처: 세계백신면역연합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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