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방역모범생' 호주·뉴질랜드·대만, 확진자·백신 현황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21/01/19 [12:48]

[팩트체크] '방역모범생' 호주·뉴질랜드·대만, 확진자·백신 현황은

연합뉴스 | 입력 : 2021/01/19 [12:48]

송고시간2021-01-15 16:52

김수진 기자 

 

與의원, 韓 포함한 방역모범국 백신정책 기사 공유했다가 반발 사

호주·NZ·대만도 백신 배송은 아직…손에 쥐고도 접종 미루는 상황은 아냐

확진자 하루 한두자릿수로 '방역 우수'·'인구수 이상 백신 확보' 대체로 사실

 

 

▲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한 남성이 호주 브리즈번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1.1.11 [EPA=연합뉴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의 방역 및 백신 확보 현황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과 기사였다. '호주·뉴질랜드·대만이 코로나 백신 확보하고도 접종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고 의원은 "이렇듯 환자의 상태와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처방하는 사람이 '명의'"라며 야당을 향해 코로나19 관련 정쟁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 11일 공유한 기사와 글[출처: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고 의원이 공유한 기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번역해 인용한 것으로 '뉴질랜드와 호주, 대만, 일본, 한국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나라들이 미국, 영국과 달리 백신을 확보해 놓고도 접종을 유보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사 공유를 통해 고 의원은 백신을 빨리 맞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도 호주나 뉴질랜드, 대만처럼 백신을 확보했지만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접종 시기를 조율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비쳤다.
그러나 이 게시글에 달린 수백 건의 댓글 중에는 고 의원의 견해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고 의원의 글을 인용한 기사에도 1만 명 이상이 포털 서비스를 통해 '화나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중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대만 등은 우리나라보다 방역을 훨씬 잘하고 있다", "한국은 언급된 나라들과 달리 인구수 이상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해당 국가들이 확보한 백신은 한국과 달리 대부분 (임상에서 예방효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다"와 같은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연합뉴스는 호주, 뉴질랜드, 대만의 방역 및 백신 확보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과 비교함으로써, 고 의원에게 제기된 비판에 대한 사실 관계를 검증해 봤다.

◇호주·뉴질랜드·대만, 백신 배송받은 상태?…아니다

우선 호주나 뉴질랜드, 대만 등이 백신을 '물리적으로'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사 제목과 내용을 보면 기사에 열거된 나라들의 경우 이미 백신이 도착했고, 당장 국민들에 접종이 가능한데도 부작용 문제 등 상황을 지켜보느라 일부러 미루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디언도 애초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과 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러운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은 2월 말이나 그 이후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지연은 고의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 내용만 보면 언급된 국가들이 백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접종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 화이자 코로나19 백신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2021.1.12 [AP=연합뉴스]  © 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국가 중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이 '배송 완료'된 곳은 없다. 이들은 이르면 2월 말부터 백신을 접종할 계획으로 현재 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백신 운송과 대규모 접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지난달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2분기 중 첫 번째 그룹에 백신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뉴질랜드 정부 자료에도 "일부 백신은 1분기 중 전달될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은 2·3분기 내 뉴질랜드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대만 질병통제센터(CDC)도 지난달 말 "백신은 이르면 2021년 3월 전달될 전망"이며 "이에 요구되는 백신 콜드체인시스템이 계획돼 있다"고 발표했다.

호주도 아직 '배송 전' 단계이며, 호주 정부는 구매 예정 백신에 대한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2월 중·하순에 최우선 순위 그룹에 백신 접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TGA)의 최종 승인과 공급자들의 백신 운송 등과 같이 여러 중요한 요소가 단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주한 호주대사관도 14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올해 1월 말까지 규제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임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TGA가 임시 승인 절차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특성에 대해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호주·NZ·대만 방역 상황 한국보다 나은 것은 사실…한국서 513명 확진된 14일 대만 0명·호주 8명

호주나 뉴질랜드, 대만 등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한국보다 낫다는 주장은 확진자수로 비교하자면 사실로 판단된다.

이들 국가는 최근 신규 확진자 수를 한 두 자릿수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14일 신규 확진자수가 '0'이었고, 전날에는 4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수가 2천360만여명(작년 7월 미 중앙정보국 집계 기준·이하 동일)임을 고려하면 100만 명당 0.1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셈인데, 이마저 모두 해외입국자였다. 대만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한자리를 초과한 날이 없다.

호주에서는 14일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인구 100만명(전체 2천500만여명) 당 0.32명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나온 것이다. 호주는 4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지난 2일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대체로 하루 10∼20명 선을 유지해왔다.

인구 500만여명인 뉴질랜드는 이틀에 한 번(월·수·금·일)꼴로 관련 통계를 업데이트하는데 15일 오전 9시 기준 48시간 내 신규 확진자 수가 18명이었다. 하루에 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인구 100만명당 1.8명 수준이다.

뉴질랜드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일 19명, 5일 5명, 7일 2명을 기록했고, 10일 31명으로 늘었다가 11일과 13일 각각 3명, 6명으로 다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5일 0시 기준 513명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 인구 100만명(전체 5천200만여명)당 9.8명에 달했다. 인구 100만명당 1∼2명이 채 되지 않는 호주나 뉴질랜드, 대만에 비해 최대 수십 배 높은 수치다. 추운 날씨로 바이러스 활동이 용이한 계절을 보내고 있는 한국과, 남반구 국가들 사이에 '기후 변수'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큰 차이다.

▲ 15일 기준 대만의 코로나19 현황파란색 표시를 보면 전날(14일) 신규 확진자가 '0명' 임을 알 수 있다. [출처: 대만 질병통제센터 화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호주·NZ 인구 배 이상의 백신 확보 사실이나 모더나·화이자가 주종은 아냐…韓도 전 국민분량 초과 확보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이 전체 인구수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는 주장은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 사실이다.

듀크글로벌보건센터와 각국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 9일 기준 각 제약사로부터 5천740만명분(1억1천48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 아스트라제네카 2천690만명분(5천380만 회분) ▲ 노바백스2천550만명분(5천100만 회분) ▲ 화이자 500만명분(1천만 회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호주는 국제 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1억2천320만 호주 달러(한화 1천50억여원)를 내 1천250만명분(2천500만 회분)을 들여올 수 있다. 이것까지 합하면 호주 인구(2천500만여명)의 3배 가까운 7천만여명에 대한 접종 분을 확보한 셈이다.

뉴질랜드는 ▲ 노바백스 535만명분(1천70만 회분) ▲ 얀센 100만명분(200만 회분) ▲ 아스트라제네카 380만명분(760만 회분) ▲ 화이자 75만명분(150만 회분) 등을 계약해 총 1천90만명 분(2천180만 회분)을 들여오기로 해 전체 인구(500만여명)의 4배 가까이 확보했다.

뉴질랜드 역시 코백스 퍼실리티에 2천700만 NZ 달러(약 214억원)를 선지불 해, 전체 국민의 최대 50%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

대만은 최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500만명분(1천만 회분) ▲화이자 1천500만명분(3천만 회분) 등 모두 2천만명분(4천만 회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238만명분(476만 회분)을 구입하기로 해 전체 인구수(2천360만여명)를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을 확보했다.

다만, '호주·뉴질랜드·대만은 대부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확보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전체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 중 화이자·모더나 제품의 비율이 한국보다 오히려 낮은 것이다.

한국은 ▲ 아스트라제네카 1천만명분(2천만 회분) ▲ 얀센 600만명분(600만 회분) ▲ 화이자 1천만명분(2천만 회분) ▲ 모더나 2천만명분(4천만회분) 등 4곳과 각각 구매 계약을 완료했고,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천만명분(2천만 회분)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국내 인구 5천200만명을 넘어서는 5천600만명분이다.

▲ 국가별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예상 확보 분(세로축)초록색 동그라미 표시 참고.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각각 뉴질랜드, 호주, 대만의 인구 대비 예상 백신 확보 분이다 (1월 8일 기준). 여기에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확보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로축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출처: 듀크글로벌보건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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