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중수소, 바나나 6개, 멸치 1그램

한겨레 | 기사입력 2021/01/22 [11:08]

[팩트체크] 삼중수소, 바나나 6개, 멸치 1그램

한겨레 | 입력 : 2021/01/22 [11:08]

2021-01-17 11:40수정 :2021-01-18 15:11

 

▲     ©한겨레

 

경북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가 삼중수소(트리튬)로 오염됐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를 확인해 대책을 추진 중이란 사실이 <한겨레>와 <문화방송> 등의 보도로 알려지자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보수야당은 원전 수사에 대한 관심을 방사능 누출로 돌리려는 여당과 환경단체의 과장·왜곡 여론전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친원전 전문가들은 유출된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에 불과하다고 거든다.

 

반면 여당과 환경단체는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진영이 경주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원전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민관 합동조사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쟁점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 표지  © 한겨레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다. 존재한다
 

1월13일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및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여당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중수소는 핵분열 시 생성되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라고 말했다. 배포자료엔 “삼중수소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기본적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인공적인 핵분열만이 아니라 우주의 고에너지입자가 지구로 들어오며 대기와 충돌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기와 바닷물 등에 미세한 양이 존재한다. 인체와 토양에도 존재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 한겨레


다만 월성원전 주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농도는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대기 수증기 및 입자의 추적자로서 3H 및 7Be의 응용 3H과 7Be를 이용한 대기 수증기 및 입자 추적’(채정석, 2019)을 보면, 2006년 기준 한국의 15개 국립측정소에서 관측된 삼중수소는 리터 당 평균 1.05Bq(베크렐)이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월성원전 주변 대기 수증기 등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이보다 100~1000배 많았다.

 

실제 한수원 삼중수소 보고서를 보면,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배관계통의 빗물에선 삼중수소가 리터 당 130~1000Bq이 측정됐다. 원래 원전 주변에 삼중수소가 많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월성원전은 특별히 많다고 한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월성원전 주변에서 측정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프랑스, 헝가리 등의 원전 주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삼중수소 유출을 몰랐나? 아니다. 이르면 2013년부터 보고가 있다
 
<한겨레>가 앞서 보도한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를 보면, 한수원은 지난해 4월 월성원전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터빈갤러리) 맨홀의 고인물에서 리터 당 71만3000Bq의 삼중수소를 검출했다.
 
해당 배수로는 계획된 방사성 물질 배출 경로가 아니다. 71만베크렐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외부 배출 기준으로 정한 리터 당 4만베크렐의 17.8배에 이르는 고농도다. 한수원이 지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결과, 2019년 8월부터 보고서 작성 직전인 지난 5월까지 월성 3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하부 지하수에선 최고 농도 861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같은 기간 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밑 지하수에서는 최고 2만6천Bq/L, 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아래 지하수에서는 최고 3만9700Bq/L의 삼중수소가 나왔다.

 

▲ 논란이 된 한수원 보고서. 지난해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터빈갤러리) 맨홀에 고인물에서 리터 당 71만3000Bq(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원전에서 계획된 배기구와 배수구를 통하지 않은 ‘비계획적 방출’은 농도와 무관하게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 위반이다. 감시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원전 주변 환경과 주민에 끼칠 영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 쪽은 삼중수소에 의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을 이르면 2013년, 늦어도 2017년부터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 보고서를 보면 월성3호기 근처에 설치된 지하수 관측정(SP-5)을 비롯한 일부 관측정에서는 2013년에도 최근과 비슷한 수준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당시 한수원의 중앙연구원 연구진은 국외 원전의 비계획적 방출에 따른 지하수 오염 사례를 조사해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7년 초반부터는 지하수 오염 위험이 높은 구조물 인근의 일부 관측정에서 농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2호기 근처의 관측정(WS-2)에서는 한때 2만8200Bq/L까지 수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한수원은 2019년 5월에야 뒤늦게 ‘삼중수소 현안 특별팀’을 꾸려 본격 대응에 나섰다. 원안위 역시 아직 비계획적 방출에 대한 보고와 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삼중수소 위험도는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인가? 적절한 비교가 아니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누출돼서는 안 되는 곳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두고 ‘바나나와 멸치에도 삼중수소는 존재한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량은 1년에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라고 썼다. 바나나와 멸치에 든 칼륨에서 삼중수소처럼 베타선(방사능)이 방출되는데, 이를 삼중수소의 피폭량과 비교한 것이다.

 

정 교수가 언급한 주민 피폭량은 2015년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동국대 예방의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몸에서 가장 많이 나온 삼중수소의 양은 28.8Bq/L이었다. 이를 방사선량으로 나타내면 0.0006mSv(밀리시버트)로, 연간 일반인 방선선량 기준치인 1mSv의 0.06% 수준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 한겨레


하지만 삼중수소를 바나나나 멸치 속에 든 칼륨과 동일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칼륨은 몸 밖으로 쉽게 빠져 나가지만, 삼중수소는 대사 과정을 통해 탄수화물 등으로 바뀌면서 DNA 등 몸 속 조직과 결합돼 지속적으로 체내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칼륨의 영향이 일시적이라면, 삼중수소의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백도명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몸에 붙어있지 않고 이동하는 칼륨과 달리 삼중수소는 DNA나 몸속 다른 결체의 구성성분이 될 수 있다. 만약 디앤에이에 삼중수소가 결합했다가 분열하고 나면 그 자리에 수소가 아닌 다른 물질이 오면서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한겨레> 팩트체크 보도가 나간 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이 유기결합삼중수소(OBT)로 전환되고 배출되는 과정 전체는 이미 선량평가에 반영돼 있다”며 “(삼중수소가 몸 속 다른 결체의 구성성분이 될 수 있다는) 백 교수의 이야기도 틀린 것으로 판명 난 크리스 버스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자신의 페북에 썼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체내에 들어온 삼중수소의 유기물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온전히 규명돼 있지 않다. 환산계수도 (각종 연구 결과에 따라) 시간을 두고 변해왔다. 소위 원전 하는 분들은 그중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것 하나만 말 하는데, 이것 말고도 다른 환산계수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ICRP라는 곳이 방사선 연구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관이라 원자력 업계(의 이해)를 반영하게 된다. 예를 들면 100mSv 이하라고 해도 건강 영향이 없을 수 없는데 ICRP는 ‘발견할 수 없다’는 식으로만 얘기한다. 이런 것에 반해 만들어 진 게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CRR)”라고 말했다.)

 

왜 월성원전이 유독 문제일까? 월성원전만 중수로다
 

국내 24기 원전 중 경주 월성에 있는 월성1~4호기만 중수로 원자로다.

 

중수로는 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을 쓴다. 운전 중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고, 일반 물(경수)이 아닌 중성자 손실이 적은 중수를 감속재 겸 냉각재로 쓴다. 때문에 방사선 관리에 소홀하면 부지 주변이 삼중수소로 오염될 수 있다. 국내 원전 가운데 월성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특별히 더 큰 이유다.

 

삼중수소는 크기가 작아 두꺼운 철판도 철 원자 틈으로 스며들어 통과한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등에 방수 처리를 위해 도장된 두께 1㎜의 에폭시 도막을, 국내 다른 원전들처럼 6㎜ 두께의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수원 보고서의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 현황’. 경주 지진이 있던 2016년 9월 이후 부지 내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중수로는 지진에도 취약하다. 핵연료가 들어간 연료봉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는 연료봉이 옆으로 누워 있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원자로엔 고온·고압인 상태로 옆으로 누운 380개의 연료봉 양쪽에 무게 10t의 핵연료 교환기가 매달려 있다. 이 상태에서 매일 핵연료 교환운전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지진동에 더 취약하다. 월성원전은 100년에 한번 올 지진을 대비해 최대지반가속도(지진 때 지반이 움직인 속도) 0.1g(중력 가속도)를 적용했다. 

 

그런데 2016년 9월 경주 지진(9월12일 규모 5.8) 때 월성에선 0.12g가 계측됐다. 설계 기준을 넘긴 것이다. 당시 진앙과 8㎞가량 떨어진 울산 관측소에선 최대지반가속도가 0.4g까지 나왔다. 이후 원전의 내진설계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월성원전에 대해선 지금까지 뚜렷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원 보고서를 보면 실제 경주 지진 이후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당시 지진으로 인한 지하 구조물 균열 가능성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지만, 한수원은 감시에만 치중할 뿐 누설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 모습.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한겨레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답일까? 유출 원인·실태 조사가 답이다
 
월성원전 부지 남쪽엔 나아리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회관과 원전 부지와의 거리가 800m에 불과하다. 이 마을과 가장 근접한 부지 경계에 있는 우물에선 최고 47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원전 부지 북쪽 끝 관측정에선 최고 924Bq/L까지 나왔다. 반면 원전 북쪽 마을 봉길리에서 지난해 측정한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불과 8.81Bq/L이었다. 100배가 넘는 차이가 나는 고농도 삼중수소가 지하수를 타고 부지 경계 밖으로 확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주지역 시민단체들은 나아리를 비롯한 인근 마을과 바다로의 오염수 배출 유무를 조사해야한다고 요구한다. 삼중수소로 오염된 물의 유출 원인을 파악하고, 이런 비계획적 유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주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한수원과 지역의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기용 김민제 기자 xeno@hani.co.kr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