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중사 사건, '국선변호인' 아니라 '피해자국선변호사'[팩트체크]

머니투데이 | 기사입력 2021/06/13 [00:46]

女중사 사건, '국선변호인' 아니라 '피해자국선변호사'[팩트체크]

머니투데이 | 입력 : 2021/06/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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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2021, 0607 20:00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이모 중사 유족 측이 군에서 지정해줬던 '피해자국선변호사'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단 사실이 7일 알려졌다. 유족 측은 공군에서 지정해 준 변호사가 이 중사 사건을 맡으면서 대면 면담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피해자 국선변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군은 국선변호사의 결혼과 신혼여행 휴가 이후 2주간 자가격리, 그리고 이 중사의 휴가와 2주간 자가격리가 이어지는 등의 사유로 대면 면담 등 피해자 조력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돕는 '피해자국선변호사', '가해자' 대리하는 '국선변호인'과 전혀 달라

 

▲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6.6/뉴스1  © 머니투데이

 

법률전문가들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법률대리를 하는 '국선변호인' 제도와 성폭력 범죄피해자를 위한 '피해자국선변호사'제도를 유족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구분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것도 이번 사건에서 변호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두고 피해자국선변호사를 맡았던 군법무관 개인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공군은 군법무관 2명이 피해자국선변호를 전담하고 있고, 육군 등 타군에선 외부 변호사 풀을 이용해 피해자국선변호사 업무를 맡기고 있다. 외부 민간 변호사를 피해자국선변호사로 쓸 경우, 오히려 영내 생활을 하는 피해자와의 연락이나 면담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가해자 조사가 늦어졌다는 비판과 피해자국선변호사가 고소장 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달리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군에서 밝힌대로라면 군검찰의 가해자 조사는 송치 뒤의 일이라 외관상 늦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전 단계인 사건 직후 약 한달간은 군사경찰 수사 중으로 피해자국선변호사 면담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성고충 전문상담관이 군사경찰(옛 헌병) 조사에 동석하고 상담을 이어갔던 것으로 보이고 신고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두 달간 휴가보내 가해자와 분리시키고 1주일안에 피해자국선변호사를 배정하고 전화와 카톡 등으로 피해자국선변호사가 연락을 주고받다가 자가격리 등으로 면담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뒤늦게 다른 군법무관을 추가로 배정하는 등 매뉴얼대로는 했다곤 볼 수 있다"며 "피해자국선변호사에 의한 고소장이 없었단 비판도 이미 신고사건으로 접수돼 수사가 진행중이라 고소장을 다시 쓰는 등의 형식은 불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제도상 허점과 미비점을 두고 개인의 '노력'과 '성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며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에서 모두가 잘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잘못이 비극을 불러왔다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국선변호에 관한 업무공백을 최소화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개인 사정과 군부대 특성상 휴가 뒤의 코로나 격리로 인한 면담 불발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서 보완해야한단 주장이 계속돼 오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그나마 각 군에서도 조금이라도 제대로 굴러가도록 정비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단 '피해자국선변호사'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중사 사건을 다루는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중사에게 선정됐던 '피해자국선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지칭하는 등 양 제도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도하고 있다. 두 제도는 '국선'이라는 단어만 공유할 뿐, 운영주체부터 각각 법원과 법무부(군에선 각군 법무실)로 다르다.

단순히 '명칭'의 실수로 치부해선 안될 이유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제도가 성격이나 사법체계에서의 위치나 역할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피해자국선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잘못 부르면서, 시청자와 독자들이 수십년간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언뜻 알고 있던 '국선변호인'과 '피해자국선변호사'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도록 하는 점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제도, 역할과 비중도 천지 차이

 

▲ 2014.3.19. 변호사교육문화관(서초동)에서 열렸던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성과를 평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심포지엄」/사진=법무부  © 머니투데이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돼 비교적 최근인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어 많은 일반인들은 아직 그 이름조차 낯설다.

문제는 전혀 다른 두 제도를 명칭부터 혼동하고 제도 취지나 구조를 오해하는 경우엔 '피해자국선변호사'가 '국선변호인'처럼 운영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국선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잘못 지칭하는 보도가 계속되면서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선변호인'은 수십년간 운영됐고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자주 소개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인들도 그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점차 확대되곤 있지만 10년도 안 된 제도다. 관련 경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법무부 예산부족으로 제도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하는 절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도입된 게 '피해자국선변호사'다. 모든 종류의 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국선변호사' 도움이 가능한 게 아니다. 장애인 학대사건까지 넓히고 있지만 아직은 아동학대·성폭력 사건이 주다.

'국선변호인'과 '피해자국선변호사'는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아예 반대편을 위한 제도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성폭력사건에서 가해자는 법원 결정에 의해 국선변호인 도움으로 재판을 받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범죄피해를 알리면서 '피해자국선변호사'를 지원받아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양쪽 모두 국가 예산으로 조력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원 돈으로 '헌법상 방어권' 보장해주는 '국선변호인'…법무부가 성폭력 피해자 '법률지원'하는 '피해자국선변호사'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주체가 전혀 다른 점도 두 제도의 목적이 서로 다르단 것을 보여준다. 법원이 운영주체로 가해자인 피고인을 위해 법원 예산으로 보수를 주는 '국선변호인'은 경제적 사정으로 피고인이 재판에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해 헌법상 권리라 볼 수 있는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 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제도다. 사법체계상 '필수불가결'한 제도란 의미다.

범죄 가해자인 피고인을 위한 '국선변호인'은 수십년간 운영돼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제도의 윤곽을 짐작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자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에, 법원이 지정해 주는 게 '국선변호인'이다. 중범죄의 경우엔 사선 변호사가 없다면 '무조건' 지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법무부 예산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운영되는 '피해자국선변호사'는 불과 10년전만 해도 없던 제도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일종의 '법률자문'이고 사실상 국가에서 '보충적'으로 서비스해주는 성격의 제도다. 따라서 두 제도는 근거는 물론이고 사법체계에서의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피해자국선변호사' 역할 제한돼…'가해자 구속'에 힘 쓰거나 '수사·재판'에 영향 미치기 어려워

 

이번 이 중사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적 조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구속되지 않고 있었던 가해자 부사관에 대해 '구속'을 시켜달라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면, 그 요청은 피해자가 군검찰이나 군수사기관인 군사경찰(옛 헌병)에 직접하거나 피해자국선변호사를 통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견개진'일 뿐이다. 피해자가 피해자국선변호사를 통하더라도 구속여부는 군검찰 판단에 달려 있다.
따라서 피해자 측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1차적으로 수사주체인 군검찰과 군사경찰의 판단에 '피해자국선변호사'가 큰 영향을 미칠수는 없다. 이는 민간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고소대리를 맡은 변호사가 경찰과 검찰에 호소를 해도 실제론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재판에서 참석해야할 의무도 없을 뿐더러 방청을 위해 법정에 간다해도 일반 방청석에서 일반 방청객과 같은 자리에 앉는다. 별다른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법정에서 피고인을 대리하는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석에서 피고인 옆에 앞아서 변론할 '의무'가 있다.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의 주 목적은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절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피해자와의 면담 등을 기초로 의견서 등의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해 가해자가 적정한 형벌을 받도록 하는데 있다. 그런 면에서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재판절차에서 한쪽 당사자인 가해자를 아예 '대리'해 재판절차에서 '검사'의 상대방 '플레이어'로 역할을 하는 '국선변호인'과 다른 역할일 수 밖에 없다.

 

재판에서 '발언권'도 없고 '자리'도 없는 피해자국선변호사

 

▲ (성남=뉴스1) 황기선 기자 =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1.6.5/뉴스1  © 머니투데이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대리인은 검사다. 피해자는 실질적으론 사건 당사자지만, 수사기관에 사건이 넘어간 이후부터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이 되고, 재판에는 '증인'으로 참여한다. 더이상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를 대변해 재판에서 실제로 싸우는 건 검찰의 역할이다. 따라서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사건 당사자이면서 법적으론 참고인이자 증인인 피해자의 조력자의 지위에 불과한 형편이다. 즉 실질적 '법률대리인'역할을 하게 되는 '국선변호인'과 달리 '피해자국선변호사'는 '자문'역할만 하는 식으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피해자국선변호사'제도는 피해자와의 대면면담이나 수사기관 동반출석, 재판 동반참석 등의 '오프라인' 업무가 '의무'로 돼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피해자국선변호사'는 피해자 면담 1회 정도를 기초로 의견서 작성과 제출 등으로 업무를 끝낼 뿐, 수사기관에 찾아가거나 피해자 조사에 동반하거나 법정에 계속 나가서 재판을 지켜보는 경우도 드물다.

수십만원에 불과한 변호사 보수로 수사단계부터 1,2,3심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런 사정 등으로 다른 수임사건으로 바쁜 경우엔, 피해자 국선으로 선임된 사건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게 피해자국선변호사들의 현실적 문제다.

배진석 변호사(다솔법률사무소)는 "피해자국선변호사 제도는 아예 없던 이전보다는 진전된 것이겠지만 현실적 여건상 성폭력 피해자를 법률적으로 도움을 줘 심리적 안정을 기하는 정도일 뿐, 현 사법체계하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역할이 제한된 점과 국가예산의 한계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면도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군 내부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국선도 달리 운영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 변호사는 "이 중사 사건의 경우엔 별도로 군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를 받는 상황이니 수사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등의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사법처리하면 될 문제"라며 "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비난이 혼용되면서 누구 하나를 희생양을 삼는 식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법원에서 운영하는 국선변호인과는 별도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의해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진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기소돼 재판 과정에 들어가기 전인 경찰 수사단계부터 국선변호인 도움을 받게 해 주는 게 골자다.

법무부는 피의자 중 △미성년자·70세 이상 고령자·농아자·신심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들이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는 경우에 형사공공변호인을 선정해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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