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트코인, 외환법에 따라 과세 대상 될 수 없다?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21/06/20 [18:00]

[팩트체크] 비트코인, 외환법에 따라 과세 대상 될 수 없다?

이데일리 | 입력 : 2021/06/20 [18:00]
  • 등록 2021-06-19 오전 12:35:16

    수정 2021-06-19 오전 12:35:16

양지혜 기자

 

靑 국민청원 "외화 인정되는 비트코인은 외환법에 따라 과세의 대상 아냐"
우리나라는 '열거주의 과세', 청원글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
비트코인, 아직까지 '통화'로 보기 어려운 점 역시 또 하나의 문제
내년부터 가상화폐 과세, 전문가 "금융투자소득으로 ...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법정화폐인 비트코인의 과세계획을 철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2021년 6월 9일 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공식 법화로 인정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며 "엘살바도르는 1962년 대한민국과 수교한 정상 국가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수교국의 공식적인 화폐인 '외화'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대한민국 외환법상 수교국 화폐의 환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도) 현행 가산자산법에 따른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이 아닌 외환법에 따른 지위(외화)로 격상시키고 가상자산법에 의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를 바란다"며 "수교국의 법화를 인정하지 않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지 말 것"이라 당부했다.

'비트코인이 외환법에 따라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청원글에는 17일 기준 1만 1385명이 청원했다.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청원글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했다.

 

▲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법정화폐인 비트코인의 과세계획을 철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글은 17일 기준 1만 1385명이 동의한 상태이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이데일리


가상화폐, 내년부터 과세 시작

가상화폐 과세 방침은 지난해 12월 소득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작했다.

개정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통해 얻은 매매차익은 복권 당첨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기본공제액인 연간 250만원을 넘어선 수익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1000만원의 수익을 낸 투자자는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의 수익에 대해 세금 약 165만원(지방세 포함 22%)을 부과하는 것.

또한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내년 소득분부터 적용하며, 2023년 5월부터 종합소득세 신고 때 첫 납부를 하게 된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는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 소득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해외·비상장 주식 등의 과세체계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수시로 기관별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가상자산 시장동향, 제도개선 효과, 청년층 등 거래참여자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거래참여자의 피해예방을 위한 제도보완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외환법에 따라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 '대체로 사실 아님'

기획재정부에 확인 결과 '비트코인이 외환법에 따라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주장은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열거주의'에 따라 과세하고 있기 때문.

열거주의 과세란 소득세법에 따라 과세대상소득으로 규정(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열거주의에 따르면 소득으로 인식되더라도 법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과세할 수 없다.

이때 비트코인의 경우 소득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상화폐를 통해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부여한다'고 열거하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법안이 생기기 이전에는 세금 대상이 아니었으나, 법으로 규정된 이상 세금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나라 과세 원칙에 적합하다는 것.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외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과세에 크게 관계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과세의 원칙은 '열거주의'에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있다면 세금을 부여한다는 것을 첫번째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 따라서 엘살바도르의 정책에 의해 비트코인을 '외화'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또한 엘살바도르와 같이 비트코인을 자국의 화폐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 매우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상화폐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아직까지는 '통화'로 보기 어려워

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역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통화란 '거래에서 지급수단·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지닌 지폐·주화'로 특히나 중앙 은행 등 은행권과 정부가 주체가 되어 발행한 것을 의미한다. 이때 비트코인의 경우 각 국가의 내부 사정에 의해 화폐와 유사한 가치로 인정받을 수는 있으나, 이를 진정한 '통화'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 두산백과에 따르면 통화란 '거래에서 지급수단·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지닌 은행권과 정부 발행의 지폐·주화'를 의미한다. (출처=두산백과 홈페이지 갈무리)  © 이데일리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의 수단이므로 현대 국가의 지폐와 같이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거나 과거 금본위 화폐(중앙은행이 화폐 제도의 기초가 되는 화폐를 금화로 발행,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와 같이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때 현재의 암호화폐는 둘 중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고 변동성이 심해 화폐의 기능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

다만 이 교수는 "그러나 향후에는 개인들 사이에서 암호화폐가 교환 수단으로 일반화되어 사용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시간이 흐른 뒤 변동성이 안정된다면 화폐의 기능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실제로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기구 및 중앙 은행의 입장도 아직까지는 '통화로 볼 수 없다'는 입장에 가깝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는 "가상자산은 현금이 아니고, 특정 기관에 대한 지분이 아니며, 보유자에게 계약상 권리를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으며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은행(ECB) 라가르드 총재 역시 지난 5월 "(가상화폐는) 자금세탁에 취약하고 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통계국도 "비트코인 유사 가상자산은 거래상대방 채무가 존재하지 않아 비금융자산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기타소득보다는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해"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논란은 지난 몇 개월 간 뜨거운 주제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보호 불가 원칙을 밝혔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도 없으면서 세금을 걷겠다는 것은 모순'이라 주장했다.

이후 시간이 지났지만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청와대 국민청원 글 역시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정책을 철회하라'는 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가상화폐 과세 정책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이 교수는 "세법의 기본 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를 토대로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것"이라며 "최근 유튜버·미술품 양도차익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역시 주위에 거액의 차익을 거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를 정상적인 시장으로 규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만 걷겠다고 하니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행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투법)'은 거래소의 적합 여부를 은행 판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보다는 정부가 합법적인 거래소를 인가하고, 이후에는 거래소가 기준을 정해서 어떤 코인을 거래할지 여부를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는 "이렇게 거래소가 규제의 틀 안에 들어온 이후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 가상화폐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래 시장이 규제되면 (암호화폐는) 기존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과 성격이 유사하다"며 "기타 자산으로 과세하는 것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쳐서 양도차익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가상화폐를 기타 자산으로 과세하는 이유는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보고 있고, 이 방식이 상대적으로 과세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타소득 과세는 연도가 다르면 손익 통산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인 거래에서 이익 및 손실을 본 사람 모두를 위해 양도소득세 과세와 같이 양도차익과 양도차손을 5년간 이월해 통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아울러 이 교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 5천만원까지 공제하는 것에 비해 기타소득의 250만원 공제는 불합리해 보인다"며 "주식 양도차익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쳐서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설명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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