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싱크홀·뻘지·미나리밭?…아파트 밑 터널 안전성 논란, 이제 '그만'

아주경제 | 기사입력 2021/07/11 [15:45]

​[팩트체크]싱크홀·뻘지·미나리밭?…아파트 밑 터널 안전성 논란, 이제 '그만'

아주경제 | 입력 : 2021/07/11 [15:45]

한지연 기자입력 : 2021-07-08 18:00

 

▲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 아주경제

 

"은마아파트 건물 지하에 쓰레기 더미와 물이 차 있어 콘크리트 부식으로 지반이 약해져 안전에 취약한 상태입니다. 100년 건물도 신축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에서도 아파트가 무너졌어요. 2만명의 은마 주민들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은마아파트가 있는 대치동은 한강 뻘이 퇴적된 지형이라 지반이 연약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동네 어르신들은 아파트 일대가 미나리 밭이었던 곳이라 지반이 약하대요. 이미 안전등급이 D인 건물인데 지하로 터널을 뚫겠다는 것은 (우리는) 건물에 깔려 죽어도 상관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최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쏟아내고 있는 불만의 일부다.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양주 덕정과 수원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이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 측이 제안한 GTX-C 노선이 강남 삼성과 양재를 지나면서 4424가구 규모의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정부와 현대건설이 사업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마아파트에 30년 넘게 거주한 A씨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누가 해봤겠냐"면서 "일개 건설사가 사람 목숨을 갖고 장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마아파트 소유자는 "터널 위 아파트를 누가 선호하겠느냐. 이제 재산 가치 떨어지는 건 불보듯하다"면서 "현대건설이 은마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주민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주택단지를 지나는 터널 공사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에는 GTX-A 노선이 청담동 주택가를 관통하는 것에 반발한 강남구 청담동·압구정동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강남구청이 해당 공사를 한동안 불허했다. 인천 동구 삼두아파트의 경우에는 인근에 있는 인천~김포 지하터널 공사로 아파트에 균열이 생겨 현재 주민들과 터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GTX-C 때문에 은마아파트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GTX란 대심도 지하공간을 활용한 철도다. 지하공간은 깊이에 따라 천심도·중심도·대심도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대심도 터널이란 지표면에서 50m 이상 떨어진 매우 깊은 지하공간이다. 지하공간에서는 철로를 직선으로 깔 수 있기 때문에 천심도에 위치한 지하철보다 속도, 진동, 소음,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실제 GTX-C 노선 입찰 제안서를 검토한 정부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지질조사내역을 검토한 결과 그 일대는 급경암지형으로 매우 단단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실제 대심도 터널은 지표면 70m 이하에서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건물붕괴나 지반침식 등 안전성 문제는 거의 없다"면서 "현대건설 제안서는 타 경쟁자보다 은마아파트 지질에 대한 조사가 2배 이상 더 심층적이었기 때문에 경쟁 건설사와 관련된 루머는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고층 아파트 지반 밑 터널 공사에 대한 시중의 우려가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대한지질학회 관계자는 "미국 아파트 붕괴 사태처럼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건물의 침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서울의 지질은 화강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층으로 지어도 압력에 버틸 수 있다"면서 "가장 안전에 취약하다고 하는 지하철 위에 집어넣는 50층짜리 아파트도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런 집들은 집값이 비싸 안전성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게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도 "고층 주거지 밑 터널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면서 소모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대심도로 갈수록 지질구조가 더 단단하기 때문에 GTX는 지반의 구조적 문제보다 방재적 측면의 안전성 문제가 더 크다"고 했다. 이어 "인천 삼두아파트, 수원 빌라 붕괴 등의 사고는 지반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인근 터널 공사의 발파 작업으로 인한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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