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文정부 첫 부동산 규제 백지화…집값은 못잡고 주택 수요자 속만 태웠다

매일경제 | 기사입력 2021/07/26 [13:13]

[팩트체크] 文정부 첫 부동산 규제 백지화…집값은 못잡고 주택 수요자 속만 태웠다

매일경제 | 입력 : 2021/07/26 [13:13]
  • 유준호 기자
  • 입력 : 2021.07.20 17:43:10   수정 : 2021.07.20 19:57:37

 

재건축 실거주 의무 2년 규제 철회 관련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게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가 지난 12일 백지화 됐다. 문재인 정부가 꺼내 든 부동산 정책 중 규제가 시장에 적용되기 전 철회된 첫 사례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규제 백지화까지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실거주 의무는 재건축 단지에 투기 세력 유입을 막고, 원주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와 달리 서울 집값 상승의 원흉이 됐다. 법안 통과 전까지 조합 설립을 마친 단지는 해당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강남 재건축 시장의 사업 추진 속도만 자극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준공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 신축 집값 상승률 2배

올해 상반기 서울의 노후 아파트값은 신축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1∼6월) 주간 누적 기준 3.0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1.58%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 사진설명올해 상반기 서울 권역별 20년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  © 매일경제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3.7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3.15%, 서남권 2.58%, 서북권 2.13%, 도심권 1.48% 등의 순이다. 동남권에는 압구정·대치·서초·반포·잠실동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다. 동북권에는 노원구 상계동 등 주공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고, 서남권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값이 더 빨리 오르고 노후 아파트값은 더디게 오른다고 본다.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 바람 등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는 기대가 커지면 값이 껑충 뛴다.

실제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추진속도가 빨라졌다.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왔기 때문이다.
 

6·17 대책 이후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압구정동에서는 올해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 압구정동 현대7차는 전용면적 245㎡가 조합설립 인가 직전인 4월 2일 80억원(11층)에 거래됐다.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매매값이 13억원 뛰었다. 조합이 설립된 이후 매수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막차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부터 전세 대란 부작용 경고···예고된 입법 참사



매일경제 확인 결과 재건축 실거주 의무 조항은 이미 지난해 11월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규제 발표 1년 만에 백지화하면서 이유로 밝힌 '세입자 주거 불안'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은마아파트라든지 오래되고 누추한 아파트는 60%가까이 전월세 사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법이 강행되면 주인들이 어떻게 행동하겠나.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나가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왔다 갔다 할 텐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세입자들 피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공식 의견은 없었다.

이 법안은 올해 상반기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가 번지면서 관련 법안 처리에 밀려 시간만 흘렀다. 결국 부작용이 예상된 법안 처리를 국회가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움직인 선의의 피해자들만 양산한 상황이 됐다.

실제 조합원 분양권을 얻기 위해 집주인이 갑자기 재건축 단지로 들어가면서 세입자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 했다. 특히 임대차3법과 영향이 맞물리면서 파급효과가 커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을 두고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하면 계약 갱신이 되지 않도록 한 예외 조항과 겹치면서 집주인들이 대거 입주했던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6월 이후 강남구 전셋값은 18.07%, 서초구는 17.81%, 송파구는 23.72%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12.23%)을 압도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전면 철회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속을 태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해 새 집을 구한 세입자들은 전세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고, 입주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과 이사 비용을 치른 집주인들 역시 울상이다.

실거주 여건이 안 돼 재건축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처분했는데 이후 집값이 억 단위로 뛰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지난해 6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이 밝혀지면서 B씨는 고민 끝에 지난 2월 서울 노원구 태릉우성 전용 66㎡을 7억4000만원에 팔았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 호가는 8억7000만원 수준이다. B씨는 "이제는 같은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 정부 말만 믿다가 재건축에 따른 프리미엄을 한순간에 날렸다"고 한탄했다.

 

낡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인테리어에 수 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도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보유자는 실거주를 위해 3000만원을 들여 집수리를 했는데,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수 천만원을 날린 셈이 됐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랬다 저랬다 법을 장난으로 만드냐' '정부가 도무지 인생계획을 세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집주인이 다시 세입자를 구할 때 전셋값이 더 오를 것' 등 비판이 쏟아졌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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