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천재지변 아닌데 울산화재 이재민에 세금지원..특혜인가?

KBS | 기사입력 2020/10/14 [21:04]

[팩트체크K] ​천재지변 아닌데 울산화재 이재민에 세금지원..특혜인가?

KBS | 입력 : 2020/10/14 [21:04]

임주현 입력 2020.10.13. 07:01

 

▲ KBS

 

지난 8일 밤 울산시에 위치한 3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에서 큰불이 나 수백 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늦은 시각 갑작스럽게 전해진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신 분 계실 텐데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90여 명이 경상을 입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피해 주민들이 울산시로부터 숙식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공간이 뜨거웠습니다. "천재지변도 아닌 일반 화재사건에 지자체가 나서서 피 같은 세금으로 피해 주민을 돕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겁니다.
특히 시가 나서서 제공한 숙박시설이 호텔이라는 사실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타까운 사건이긴 하지만 울산시 세금으로 피해 주민을 지원하지 말아달라"라거나 "특별대우하지 말아라"는 온라인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울산시가 주상복합 화재 피해자들에게 숙식비를 지원하는 게 정말 '특별대우'일까요? 관련 지침 등을 토대로 따져봤습니다.

 

▲ 인터넷 댓글 내용 재구성.  © KBS

 

■ 울산 화재 피해자들 '이재민' 해당…세금 지원 가능

울산시가 피해자들에게 숙식비를 제공하기로 한 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입니다. 지원되는 액수도 다른 사례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금 지원이 가능한 건 주상복합 화재 피해자들이 재해구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재민'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재해구호법은 태풍, 홍수 같은 자연재난은 물론 화재, 폭발, 교통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인해 주거시설이 손실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부상 또는 사망한 사람을 이재민으로 규정해 각종 지원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 KBS

 

그렇다면 화재로 집이 다 타버린 이웃이 있다고 해보죠. 그 이웃도 지자체로부터 숙식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 지자체는 '사회재난 구호 및 피해지원 조례'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범위 등을 규정하는데 피해 규모가 크고 대상자가 많아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될 정도가 돼야 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책본부가 구성될 정도의 사건인데도 지자체나 정부가 '나 몰라라' 한다면 직무유기가 되겠죠.

이번 주상복합 화재의 경우 132세대 437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대책본부가 구성됐습니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대통령이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중앙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받게 됩니다. 화재원인이 명확히 밝혀지면 숙식비 지원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하루 최대 8만4천 원…지원 내용 살펴보니

지자체가 적법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지원했다고 해도 그 정도가 과도하다면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숙식비 현황을 따져봤습니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재민 437명 중 임시 거주시설을 택한 이재민이 339명(12일 오후 기준)에 달합니다. 집이 불에 타버려 당장 기거할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연결해준 호텔에 분산돼 묵기로 한 겁니다. 나머지 98명은 친척 집 등 비 숙박시설로 향했습니다. '자구책'을 찾아 나선 이들은 시의 숙식비를 받지 않습니다.

숙박비는 1박에 최대 6만 원까지 지원되는데 가족 구성원 수와 숙박시설의 수용인원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됩니다. 식비는 1식 최대 8천 원까지 지원됩니다. 3식이면 2만4천 원입니다. 지원액 규모는 재해구호기금 수행지침 규정을 따른 겁니다. 초과하는 비용은 각자가 부담해야 하고 지원금은 영수증 실비 정산을 통해 처리합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웅촌면 산불과 태풍 마이삭·하이선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지원했습니다. 이번이 '특별 케이스'가 아닌 거죠.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위 기준이 다른 이재민에게도 통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일단 이들을 단기구호가 필요한 경우로 보고 재해를 입은 날로부터 최초 7일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재해구호법 시행령 2조에 따른 조치인데요. 피해 정도와 생활 정도 등을 고려해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7일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울산시와 이재민이 협의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 체육관 아닌 호텔이 임시 거주지 된 이유는?

온라인 일각에서 제기된 부정적 여론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건 울산시가 이재민들에게 연결해 준 임시 숙박시설이 '호텔'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모두 적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원됐고 추가 비용은 본인이 낸다고 하지만 낯선 풍경인 건 분명합니다.

울산시가 이재민과 연결해 제공한 호텔은 총 여섯 군데입니다. 이재민의 70%가 묵고 있는 곳이 원룸 구조의 3성급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고급 호텔은 아닙니다. 호텔에 묵고 있는 한 이재민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하루 6만 원 정도 하는 원룸에 2~3명이 머무는 모텔 같은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체육관보다는 낫겠죠? 그래서 "특별대우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 건데요. 울산시는 왜 호텔 방을 연결해줬을까요?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체육관 등지에서 생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선 7월 말 정부가 수립한 재난 안전사고 대비·대응을 위한 세부대책에 따르면 임시 주거시설을 독립생활이 가능한 친인척집, 공공기관 또는 민간 숙박시설 등을 우선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대로 학교, 체육관, 경로당이 임시주거시설로 쓰였을 겁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 등으로 이미 공공기관·시설이 활용되고 있고 이재민을 너무 먼 곳에 수용할 수도 없어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비즈니스호텔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임주현 기자 (leg@kbs.co.kr)

저작권자ⓒ KBS(news.kbs.co.kr)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