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좀스럽다"는 文대통령 사저부지 불법취득 의혹은 사실일까?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21/03/25 [22:03]

[팩트체크]"좀스럽다"는 文대통령 사저부지 불법취득 의혹은 사실일까?

이데일리 | 입력 : 2021/03/25 [22:03]

등록 2021-03-16 오후 4:35:55

수정 2021-03-16 오후 4:35:55

 

문 대통령 LH 직원들 농지 취득절차는 동일 규정 적용
농취증 11년 영농경력 허위기재 논란, 靑 "현재도 경작" 반박
농취증 취득시 영농경력은 발급 여부 결정짓는 요건 아냐
사저부지 농지서 대지로 변경 특혜 의혹도 불거져
농지 중 일부 땅 거주 위한 형질변경은 현행법상 가능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여파가 문재인 대통령 사저 부지 불법 취득 논란으로 번졌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LH 직원들과 유사하게 모두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농지를 취득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작년 4월 매입한 경남 양산시 농지가 작년 1월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형질 변경된 것도 특혜라고 주장한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반박한 그 의혹이다.

일부 정치권 주장처럼 문 대통령의 사저 부지 매입이 일부 LH 직원의 투기 행태와 유사한지 확인해 봤다. 지난해 국정감사 및 올해 상임위원회 등 국회에서 검증한 내용과 농지법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설명, 국민의힘 의원 자료와 청와대 해명 등을 참고했다.

 

▲ LH 직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文-LH 직원, 농지 취득 과정 비슷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LH 직원들이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농지를 취득한다는 과정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농지 취득 과정 자체는 LH 직원들과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사실 농지 매입 절차가 관련법에서 명시돼 있기 때문에 과정이 다를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해 4월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약 3800㎡ 규모 부지를 14억7000여만원에 매입했다. 이곳에 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지낼 숙소와 경호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해당 부지가 농지인 만큼 매입시 농지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취득하려면 관할 지자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

농취증을 발급 받으려면 농지 면적,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장비 등 확보 방안 등을 담은 농업경영계획서(영농계획서)가 필요하다.

정부와 관할 지자체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사저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취증을 발급 받았다.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알리고 농지를 얻을 수 있는 농민의 자격을 부여 받은 것이다.

LH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논·밭 등인 광명시흥지구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관할 지자체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취증을 발급 받았다. 해당 토지 등기를 등록한 일부 직원들은 지역농협으로부터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일부 LH 직원들은 농취증 발급 과정을 생략했을 수도 있다. 현행 농지법상 주말·체험영농을 목적일 경우 1000㎡ 미만 농지를 소유할 때는 농취증이 필요없다.

 

 

▲ 지난해 10월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농지 취득 요건 완화 추세…위법 판단 어려워

문 대통령과 LH 직원들 모두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현행 제도는 농사를 짓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농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놓은 탓에 굳이 법을 어기면서 농지를 취득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농촌 고령화와 농민 감소 등으로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농지 취득 요건을 완화해 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책적 취지 등으로 농지법상 규제를 완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농취증을 발급 받을 때 제출한 농사 경력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사저 부지 일부 논에서 11년간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는데 실제 해당 필지중 일부 아스팔트 도로인데다 업무에 바쁜 문 대통령이 농사를 지었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청와대는 지난해 8월 “농지 구입은 농지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현재도 경작 중인 농지”라고 해명했다. LH 사태가 불거진 이달 9일에도 “대통령의 사저 부지 매입은 농지법 등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법·편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양산시 관계자도 “현지에 차·매실나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지금도 해당 부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설사 영농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해도 농취증 자체가 무효는 아니다. 영농 경력 자체가 농취증 발급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건이 아닌 탓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농취증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취득 면적·노동력·기계장비 등을 보고 농사 가능성을 판단해 농취증을 발급한다”며 “영농 경력은 노동력을 판단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이를 갖고 허위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농취증 발급 때 농지 취득 목적이 농사인지 투기인지를 가려낼 수도 없다. 지자체가 농취증을 발급할 때 단순히 영농계획으로만 판단하고 있어서다. 설령 투기 목적이라고 해도 관련 서류만 잘 준비하면 합법적으로 농지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농지 취득이 투기 목적이었는지, 실제로 성실하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 여부는 사전 취득 과정이 아닌 사후 관리를 통해 파악해 대처한다.

농지법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주말·체험영농을 하지 않은 경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취증을 받은 경우 등은 처분 의무가 주어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토지 이용 실태 조사를 벌여 정당한 사유없이 농지를 농업에 이용하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경우 강제 처분 조치를 내리고 있다. 농지법 10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지소유자에게 세대원이 아닌 사람에게 처분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후 1년 내 처분하지 않으면 지자체장은 6개월 내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해당 명령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될 때까지 매년 해당 농지 토지가액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 이데일리


LH 직원 투기 일부 사실로…文 사저 가능성↓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향후 주거를 목적으로 형질 변경(농지를 대지로 용도를 바꾸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저 부지를 매입한 만큼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신도시 개발을 예측하고 허위 영농계획서를 내 농지를 사들인 LH 직원들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일반 대지를 사서 사저를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형질 변경 목적으로 농지를 사니까 불법적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사저에 머물며 농사를 지을 뜻이 있는 만큼 영농 계획은 허위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현수 장관은 같은날 국회에서 “(대통령이) 영농 목적으로 농지 취득한 걸로 밝혔고 현재도 경작 중인 것을 종합적으로 볼 때 농지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경호시설 등을 감안할 때 사저 규모에 맞는 부지가 농지 밖에 없고 일부만 형질 변경을 실시하는 만큼 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한 거짓 농지 취득은 아니라는 것이다.

향후 나머지 땅의 용도를 농지에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 등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면 문제는 없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형질 변경하는 것은) 다음을 가정한 것이고 지금은 농사를 짓고 있다”며 “(형질 변경이 위법이라는) 법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농지인 땅을 매입해 용도를 변경한 뒤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둔다면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박도 정확한 팩트는 아니다. 자녀 등이 이를 상속받은 후에는 경호시설을 철거한 후 처분이 가능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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